개발과 보전 맞부딪친 알프스하동 사업
갈등 현명히 풀어내는 행정의 역할 중요

하동군이 야심작으로 추진하는 '알프스 하동산악열차 건설 사업'은 수년 전 대강의 윤곽이 드러나 있었지만, 지난해 4월 민간투자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도면화된 것이다. 화개면을 비롯한 악양면·청암면 등 국립공원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숲 생태학적으로는 동일 선상이라고 할 수 있는 지리산 광역권 산지 13㎞에 산악 관광열차를 깔아 지역 먹거리 소득에 도움을 얻겠다는 발상이다.

그로부터 1년여 지난 지금 국무총리실이 지휘봉을 든 국가 관광전략 회의는 이 프로젝트를 사회적 타협을 위한 '한걸음 모델' 시범사업으로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름이 상징하듯 서두르지는 않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긍정적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제된 사회적 타협이란 민심의 소재를 의식한 원려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나 다를까 주민단체인 반달곰 친구들이 반대 대열에 나섰다. 경남을 비롯해 전남·전북 환경운동연합이 여기에 가세함으로써 규모가 커졌다. 형제봉에 멸종위기종인 천연기념물 329호 반달가슴곰이 서식한다는 생물학적 명분 외에 지리산의 자연 자원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 담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지리산이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는 교과서적 호소에서부터 반대하는 사람들이 펼쳐 든 구호에는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경구어도 여럿이다. '지리산의 혈맥을 끊는 쇠말뚝'은 그나마 애교에 가깝고 '산으로 간 4대 강 사업'이란 글귀도 등장했다. 하동군 당국자의 말에 의존한다면 충분히 예상하였다는 투로 읽히지만, 그렇다면 '왜' 하고 의구심이 드는 것은 절차와 과정이다. 계획에서부터 관련법 연구와 중앙의 동의를 얻기까지 사전 정지작업에 필수적인 여론 수렴 노력은 얼마나 경주되었느냐 하는 물음이다. 반대론자들의 뒤늦은 비판도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구상이 단체장의 선거공약으로 공개됨으로써 좀 더 빨리 불가론으로 맞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도 그러지를 못했다.

한쪽은 이제 멈출 수 없을 만큼 깊숙이 들어가 버렸고, 한쪽은 여세를 몰아 투쟁 일변도로 나갈 조짐이 역력하다. 그런 연유로 사회적 타협이란 화두는 공허할 뿐만 아니라 갈등과 분란의 악재가 될 여지가 없지 않다. 산이 많은 나라에서 산림자원과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관광 프로젝트는 포기하기 어려운 개발 만능의 고질병인지 모른다. 지리산의 신비경을 뚫고 열차가 달리는 광경은 얼마나 멋진 그림인가. 반면에 원형을 잃어가는 자연과 보금자리를 침해당한 뭇 생명의 신음 역시 우리 세대가 안고 가야 할 숙명적 업보가 될 것이다. 그 중심에 겨우 종 복원에 성공한 반달가슴곰의 어두운 미래가 도사리고 있다는걸 잊지 말아야 한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자연 그대로를 두는 것이 최선이기는 하다. 문제는 차선책이 없다는 것이다. 하동군은 지금이라도 그걸 찾아가는 성의를 보여 나쁠 게 없다. 늦었다고 말하는 그때가 변화의 최적기임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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