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6월 초에 경험했던 순환매 흐름이 다시금 반복되는 양상이다. 증시 상승의 선두에 섰던 언택트 관련 업종이 숨을 고르는 대신, 경기민감도가 높고 부침이 깊었던 업종은 반전을 꾀하고 있다. 당시(當時)와 현시(現時)의 차이점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구체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그간 발표된 주요국의 실물 지표는 시장 예상치를 빈번히 앞서왔다.

경제 지표의 예상치 대비 실제치를 나타내는 시티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Citi Economic Surprise Index)는 6월부터 추세가 심상치 않다고 많은 분석가에게 언급된 이력이 있다.

7월 이후에도 그 추세는 꺾이지 않고 고고한 흐름을 유지하는 것에 주목해 보자. 때마침 미국 어닝시즌의 킥 오프(Kick off)를 담당하는 미국 대형 IB들은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은 상태다. 코로나 백신 개발 과정에 긍정적 기류가 감지되는 부분도 리오픈(Re-open) 기대감을 자극하는 요소다. 생각보다 이른 백신 출시가 가능하다면 이동과 대면에 따른 리스크 또한 현저히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오프라인 영역에 있는 경기민감 업종들에 순풍이 됨이 분명하다.

생각보다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중이고, 이는 현재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으로 확인된다. 실제 지난 3월 말 이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했지만, 국채에 내재한 기대 인플레이션은 두 배 이상 상승한 상태다. 해당 현상의 기저에는 Fed(미국연방준비제도)가 오랜 기간 낮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신뢰가 자리한다. 그리고 이는 달러 약세를 통해 미국 바깥의 경기 회복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낮아진 달러는, 그 자체로 다양한 실물과 금융비용 저하를 통해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고, 이에 따른 위험 선호 회복 과정을 통해 달러 약세를 다시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달러 약세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의 조합'이라면 선진보다 신흥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신흥 지역의 경기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더딘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시장이 이를 먼저 반영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신흥시장 펀드 플로가 대폭 유출 이후 진정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또 유가,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먼저 상승하는 가운데 신흥 증시의 맏형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이 활기를 되찾는다는 사실은 신흥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7월 이후 증시 성과를 살펴봐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는 3.9%, MSCI 신흥은 5.1%로 확인된다. 같은 기간의 달러 하락을 고려한다면, 수익률 격차는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저금리, 약달러, 이로 인한 기대 인플레 상승은 외인 수급을 국내로 유입해 줄 수 있다. 인디언 기우제 같은 기다림이지만, 그간의 매도 규모와 최근의 간헐적 유입세를 고려한다면,이들의 점진적 환입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7월 이후 IT 업종에 대해 약 6000억 원 내외의 매수세를 보였다는 사실은 예후를 긍정하는 요소가 된다. 이들 수급이 뒷받침된다면, 증시 내 선두주자와 후발주자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그간 외인 매도세가 깊었던 IT·금융·산업재·소재 섹터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여전히 경제회복의 절대 수위가 코로나 이전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과, 기존 주도주(BBIG)의 구조적 성장이 여전히 유효함을 인정한다면 기존 주도주의 선도적 지위는 흔들림이 없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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