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실직자 속출
체류기간 만료돼 '사면초가'
이주민연대 대책 마련 촉구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ㄱ 씨는 비전문취업 체류자격(E-9)으로 경남 도내 금속가공업체에서 일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지난 5월 해고됐다. 고용지원센터에 업체 변경을 신청했지만 체류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아 구직이 불가능했다. 일정을 당겨 귀국하려 했지만 항공편을 구할 수 없었다. 돈을 벌 수 없는 그는 친구 집에 얹혀 살면서 항공편만 기다리는 중이다.

#필리핀 출신 이주민 8명은 예술흥행 체류자격(E-6)으로 입국한 공연업계 종사자들이다. 지난 3월부터 일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로 업소가 문을 닫아서다. 소속사는 이들을 방치했다. 대사관에 항공편을 신청했지만 대기자가 많아 언제 귀국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을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도내 이주노동자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일도 구할 수 없고, 그렇다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와 경남이주민연대는 15일 성명을 내고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에게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K방역이 신속 대응과 공동체적 협력, 의료진 헌신 등으로 세계적 롤 모델이 됐지만 사회안전망 구축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위기에 직면한 이주노동자 사례를 들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예술흥행(E-6)·일반연수(D-4)·비전문취업(E-9) 등 체류자격에 관계 없이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와 경남이주민연대가 지난 7일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며 피켓을 들고 있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와 경남이주민연대가 지난 7일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며 피켓을 들고 있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코로나19 여파로 귀국 항공편이 끊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미얀마는 현재 국제선 착륙이 아예 금지돼 있다. 방글라데시 역시 지난 5월부터 국제선 운항이 중단됐다. 외국인은 물론 자국민도 귀국할 수 없는 것이다. 스리랑카 역시 자국민 입국이 금지됐다. 베트남은 오는 9월 16일까지 외국인 입국만을 금지하고 있지만 항공수요가 없어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

고성현 경남이주민센터 사무국장은 "한 네팔 노동자는 고국에 있는 위독한 어머니의 수술동의를 해야 한다는 사유를 주한 대사관에서 겨우 인정받아 귀국할 수 있었다"면서도 "거의 복권당첨이나 다름없는 희귀한 경우"라고 덧붙였다.

고국으로 갈 수 없는데, 한국에서 일을 할 수도 없다. 이들이 일을 할 수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코로나19 확산에 타격을 받아 일터 자체가 문을 닫은 경우다. 둘째는 체류기간 만료로 인한 퇴사다. 전자라면 단기 일자리라도 구해볼 수 있겠지만 쉽지는 않다. 후자라면 그야말로 배를 곯고 길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남이주민센터는 특별체류자격을 부여해 취업자격을 주거나, 귀국 항공편을 확대하거나, 긴급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묵묵히 땀을 흘려왔는데 사회안전망에서는 배제된 이주민들을 더이상 방치하면,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