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앞 단식농성장 방문

"우리가 원하는 평범한 하루가 그토록 잘못된 일입니까."

STX조선지회 단식이 6일째를 맞은 가운데 노동자 가족들이 경남도청 앞 단식농성장을 방문했다. 이들은 구조조정을 하려는 산업은행과 사측의 태도를 돌리는 데 도지사가 힘써줄 것을 호소했다.

STX조선지회 가족대책위는 13일 노동자와 가족들이 일터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가족들은 우비를 쓴 채 쏟아지는 장맛비를 맞으며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이날은 STX조선지회 총파업 43일, 이장섭 지회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6일째 되는 날이었다.

가족대책위는 "용접 불똥으로 구멍 뚫린 작업복을 챙겨 입고 현장에 가는 모습을 매일 지켜봐 왔지만 이젠 그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는 날이 왔다"며 "노동자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라고 입을 뗐다.

▲ 김미연 STX조선지회 가족대책위원장이 13일 경남도청 단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이창우 기자
▲ 김미연 STX조선지회 가족대책위원장이 13일 경남도청 단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이창우 기자

노동자 가족들은 지난 7년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경영악화에 빠진 STX조선이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게 된 지난 2013년부터의 일이다. 경영 정상화는 쉽지 않았다. 2016년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18년에는 무급휴직이 이어졌다. 그동안 가족들은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오롯이 버텨내야만 했다. 살아남고자 빚을 냈고, 노동자 대신 일터로 나갔다.

이들은 무급휴직 종료일이었던 6월 1일만 기다렸지만, 산업은행과 STX조선해양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측은 순환 무급휴직을 연장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접수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STX조선지회는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한 순환 유급휴직을 제안했지만 산업은행은 이마저 거부했다.

가족대책위는 "우리 힘만으로 일상을 되찾을 수 없어 산업은행과 마주 앉을 수 있는 김경수 도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끼니를 끊고 단식에 들어간 사람이 생존권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동자와 가족들이 일터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지난 8일부터 단식 중인 이장섭 STX조선지회장은 하루하루 몸상태가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생활고가 심해지고 있다"며 "농성장까지 찾아와 준 가족들에게 고맙고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도에 중재 요청을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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