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주도의 지리산 개발 열풍
어머니의 산에 깊은 상처 내는 일

다시, 지리산이 시끄럽다. 지리산댐 건설 백지화 결정을 정부로부터 끌어낸 이후 잠잠했던 지리산에 다시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하동군은 2015년부터 계획하던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는 하동 화개와 악양, 그리고 형제봉을 거쳐 청학동까지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그리고 모노레일로 잇는, 민자 1500억 원에 군비 15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대규모 지리산권 산림휴양 관광 계획이다.

그런데 이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에는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고 있음이 사업 진행 과정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시범사업으로 선정, 산림휴양관광진흥법을 제정해 산지 활용 규제 특례를 적용받도록 한 중심에 기획재정부가 있다. 물론 산악철도는 2018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100대 정책 공약에 포함돼 있기도 했지만 기재부에서는 한걸음 모델이라는 산림관광 상생조정기구까지 만들어 하동 프로젝트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기재부가 간사를 맡은 이 상생조정기구는 경남도와 하동군, 교수와 전문가, 그리고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등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말까지 월 1회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는데, 필자도 지리산권 환경단체를 대표해서 지난 6월 25일 열린 첫 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기재부에서 진행한 회의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느꼈다. 먼저 아직 확정된 사업이 아님에도 지난해 4월 하동군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업체 관계자가 상생조정기구 위원으로 임명되어 이번 회의에 참석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하동군민을 대표한다는 주민 대표 두 분을 어떻게 선발했는지도 의문이다.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 입장을 대변할 분이 포함되었다고 보긴 어려웠다. 그리고 상생조정기구의 '한걸음 모델'을 통해 이해 당사자 간 합의를 우선으로 하고, 모두 한 걸음씩 양보를 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는 최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로 말미암은 경제 침체를 핑계로 진입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무분별한 환경 훼손이 가속화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상생조정기구에 참여한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찬반 의견을 둔 양측 관계자들을 일일이 만나서 대화와 상담을 통해 양보와 이해를 끌어냄으로써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쪽 합의를 하겠다는 점에서는 일말의 기대를 할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왜 하필이면 어머니의 산이자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에 상처를 내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가 선정되었는지, 도저히 이해되질 않는다.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던 4개 지자체는 세 번씩이나 반려를 당했고, 수십 년을 끌어오던 지리산댐 건설계획 또한 백지화된 현 상황에서 하동 프로젝트가 승인을 받는다면 지리산권 5개 지자체에서는 관광산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으로 온갖 개발 행위를 저지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미세먼지와 기후 위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환경의 역습이 얼마나 무서운지 국민 모두 절감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전혀 지리산스럽지 않은 이런 발상을 한다니, 지리산의 품에 안겨 20년째 살아가는 주민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제발, 지리산을 그대로 두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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