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등 장거리손님 골라 태워
법 준수하는 기사들 피해 호소
"소수가 자리 점유·영업 분통"

창원 남산시외버스정류소에 여전히 택시 불법호객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오후 10시 30분께 창원 남산시외버스정류소를 찾았다. 늦은 밤이라 정류소 안은 한산했다. 공항·시내버스 탑승장 옆에 있는 택시승강장에서 5대 정도의 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줄 앞쪽 택시부터 승객을 태워 떠나게 돼 있다.

택시승강장이 아닌 버스정차구역에 불법주차한 택시 2대도 보였다. 정류소 대합실 방향 안전펜스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택시에서 내린 기사들은 벤치에 앉아 사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시외버스 탑승장 쪽으로 지나가는 시민에게 부산이나 김해, 장유 방향으로 가지 않는지 물어왔다. 그중 일부 시민들은 잠시 망설이다 기사가 이끄는 대로 택시를 타기도 했다. 한대가 떠나고 조금 지나자, 다른 택시가 그 자리를 채웠다.

▲ 10일 오후 10시 50분께 창원 남산시외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놓친 승객이 불법 호객에 이끌려 택시에 타고 있다. /이창우 기자
▲ 10일 오후 10시 50분께 창원 남산시외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놓친 승객이 불법 호객에 이끌려 택시에 타고 있다. /이창우 기자

그중 한 택시에 다가서자 기사가 어디에 가느냐고 물어왔다. 정류소와 가까운 대방동 대방아파트에 가 달라고 요청하니 손사래를 쳤다. 기사는 택시승강장을 가리키며 "저쪽에 가서 타시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 세워져 있는 택시는 뭐냐"고 물으니 '부산 가는 택시'라는 답이 돌아왔다. 요금은 4만 원이라고 했다. 미터기 요금보다 만원쯤 싼 가격이다.

이같이 택시에서 내려 호객행위를 하거나 손님을 골라 태우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6조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은 '일정한 장소에 오랜 시간 정차해 여객을 유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적발되면 과태료 20만 원을 내야 한다. 1년간 세 번 같은 행위로 적발되면 택시운전자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

불법 호객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다른 기사들에게 피해를 준다. 택시기사 ㄱ 씨는 "부산·진해·김해 방면 승객들이 버스를 놓치면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기도 한다"며 "불법 호객택시들이 요금 흥정을 해 가며 장거리 손님을 골라 태워가니 규칙을 지키며 정해진 장소에서 기다리는 택시 기사들은 분통이 터진다"라고 말했다.

승강장에서 기다리던 다른 택시기사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10명 안팎의 기사들이 의기투합해서 자리를 점유하고 있는 걸로 안다. 아마 내가 저곳에 차를 세우면 그 사람들이 당장 빼라고 난리를 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량한 택시기사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산역 앞도 택시 불법호객 문제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았지만 지난 2018년 택시승강장 구조개선, CCTV 상시 감시, 현장단속원 운용 등을 통해 질서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창원 남산시외버스정류소는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ㄱ 씨는 "불법호객 택시들은 낮에는 택시 승강장에서 기다리다가 단속 걱정이 없는 밤이 되면 활동하기 시작한다"며 "근 10년 동안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CCTV 2개만 설치됐어도 벌써 해결됐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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