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섬에 관광객 찾지 않아
거제시의 지심도 공도화 안 된다

얼마 전 광주전남발전연구원에서 섬 여행과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를 했다. 여행자들에게 섬에 가서 무엇을 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여행자들이 1번으로 꼽은 것은 해변, 풍경일 것이라는 예상을 가볍게 깨고 '마을'이었다. 이 설문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컸다. 전남도는 새삼 섬마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돌담길을 복원하고, 해변의 쓰레기를 거둬가 실어내고, 섬 둘레길을 만들어 여행자들에게 볼거리와 편의를 제공하면서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민소득을 창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정의 마땅한 사례로 보인다.

인구 노령화에 따라 섬의 공도화는 날이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이내 많은 섬이 공도화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2019년 정부 차원의 섬 관리 방안을 수립할 것을 주문, 각 광역시에서 섬에 대한 개발과 보존 방안, 활용 방법을 두고 다양한 정책이 수립되어 추진 중이다.

경남은 가장 늦배를 탔다. 주민들은 '살고 싶고', 여행자들은 '가고 싶은' 섬을 지향한다. 섬 마을 만들기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섬의 공도화를 방지, 영토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다. 또 하나는 오랫동안 생활의 불편 속에서 살아온 섬 주민들을 돌아보는 것이다. 콘셉트가 뚜렷한 재생사업의 결과치를 두고 새로운 섬 여행지로 격상하자는 목적이다. 그 속에 반드시 주민 삶의 질이 담보되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남 강진 가우도는 12가구 20여 명이 사는 섬이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보도교 건설, 집라인 등이 개설되었다. 강진군은 주민들을 강제이주는커녕, 전남도의 도움을 얻어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차근차근 벌여나갔다. 마을창고를 개축해서 마을식당을 짓고, 마을 앞에 유료 낚시터를 만들어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근사한 카페도 지어서 마을 청년들이 운영하고 있다.

거제 지심도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섬 중의 하나이다. 이전에도 죽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거제시는 섬에 사는 주민들을 내쫓고 섬을 개발해서 거제 시민에게 돌려주는 걸 추진하다 논란을 빚었다. 지금처럼 자유롭게 오가면 되지 무엇을 더 돌려준단 말인가. 섬을 분할해서 조금씩 나눠주겠다는 것인지, 개발이익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 연일 나오고 있다. 민간업자에게 넘어가는 순간부터 그 섬은 개인업자의 사업장이지 거제시민의 섬은 아니게 된다.

거제도의 부속 섬인 지심도는 거제시 소유이기 이전에 경남의 자산이며,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토다. 그리고 작은 숫자지만 몇 가구가 동백숲에 새 둥지처럼 깃들어 살고 있다. 불편한 세월을 참고 살았던 섬 주민들의 삶을 따뜻하게 보살펴 무엇을 더 지원하고 도와줄 것이 없는지, 보살피는 일이 오늘날 목민관이 할 일이라고 본다.

주민공동체와 함께 발굴하고 운영할 것이 많을 것이다. 동백숲 마을해설사 양성사업, 마을 공동 카페와 마을 숙소 관리와 운영, 기념품 발굴과 판매로 섬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이 다수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지심도가 동백섬으로 오래가려면 일일 입도 인원을 제한하여 생태적 수용 한계를 넘지 않도록 검토하는 일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모쪼록 주민과 행정이 한마음으로 가꾸는 한국의 아름다운 섬, 지심도로 남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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