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 돌연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창녕 출신으로 경남과 꾸준히 인연을 맺어왔다. 인권변호사,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으로 이어진 시민운동으로는 지역 시민사회와 연결돼 있고, 3선 서울시장 재임 기간에는 경남도를 비롯한 시·군과 상생협력 체계 구축도 잇따랐다.

박 시장은 도민들과 만났을 때 분권과 상생의 가치를 강조했다. 고향이 있다 보니 그의 대권 행보에 경남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2018년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후보 차출설이 돌기도 했다.

◇경남 지자체와 협력 = 지난 2018년 11월 24일 창녕읍 경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밀양창녕함안의령 당원협의회 초청 토크콘서트에서 '고향 창녕이 잘사는 길'을 묻자 박 시장은 지역 균형발전에 관한 소신을 밝혔다.

"지방과 서울, 농촌과 도시가 하나라고 생각한다. 부산에서 경주 사이에 원전이 있는데, 거기서 전기를 생산하면 수도권, 서울로 간다. 그러면 지역 주민들은 큰 손해를 보는 것이고, 서울시민들은 지역 주민 희생을 딛고 서 있는 것이다."

지난 2017년 1월 15일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 고향마을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경남도민일보 DB
지난 2017년 1월 15일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 고향마을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경남도민일보 DB

"서울시 실제 거주자를 조사해보면 최소 1150만 명 선을 유지한다. 그래서 지방에 더 내려보내도 된다. 국회가 지역으로 가는 데 동의한다. 1000개가 넘는 중앙정부 기관이 서울에서 지방에 더 가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기관이 옮겨간 서울을 연구개발(R&D) 지역 등 21세기 새로운 먹거리로 채우겠다고 했다. 이날 그는 "중학교 때 왕복 30리 길을 걸어다닌 덕분에 지금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며 고향에서의 추억도 이야기했다.

박 시장은 재난기본소득, 전 국민 고용보험 등을 제안하며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등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대응과 'K-방역' 구축에 앞장선 단체장으로 꼽힌다.

특히 김 지사와 박 시장은 경쟁자이자 동반자였다. 김 지사와 박 시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경남·서울 상생혁신 정책협약'을 맺은 데 이어 같은 해 11월 '경남·서울 상생혁신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제로페이(Zero Pay·소상공인 간편결제 서비스) 활성화 △친환경 공공급식 플랫폼 구축 △사회적경제 육성 △사회·행정 혁신 선도 △문화·관광 활성화 △귀농·귀촌 지원과 도농교류 확대 △친환경에너지와 환경 분야 등 7개 분야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당시 두 단체장은 창원 상남시장에서 제로페이 홍보 캠페인을 함께 벌였다.

지난 2017년 1월 15일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 고향마을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경남도민일보 DB
지난 2017년 1월 15일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 고향마을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경남도민일보 DB

경남 시·군과 박 시장의 서울시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진주시와 서울시는 대립을 넘어선 '우정'을 보여줬다. 2015년 10월 진주시와 서울시는 '남강유등축제 모방 논란'에 따른 갈등을 털어내고 상생 협력을 위한 우호교류 협약을 맺었다. 이는 두 지역 청소년 문화체험 교류 활동 등으로 이어졌고, 박 시장은 진주남강유등축제 개막식 때 직접 방문해 협약서에 서명했다.

2016년 7월에는 고향 창녕군과 우호교류 협약을 맺었고, 2018년 11월 함양군과도 협력사업과 공동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거제시와 고성군은 지난해 3월, 김해시는 올해 5월 서울시와 잇따라 우호교류 협약을 맺고 상생을 다짐했다.

또 박 시장은 2017년 8월 휴가 도중 탈핵양산시민행동 초청으로 '양산시민이 묻고 서울시장이 답하다'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양산은 핵발전과 에너지 문제가 핵심이다. 800만 인구 밀집지역인 동남권에 원전사고가 난다면 한국경제가 출렁일 것"이라며 경남·부산·울산지역 원자력발전소 사고 우려에 관한 생각을 밝히고, 다양한 서울시 에너지 정책 등을 소개했다.

◇대권 행보 이어 경남지사 차출설도 = 박 시장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던 2017년 1월 고향 창녕에서 대권 행보를 본격화했다.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에 있는 부모 산소를 참배하고, 지역 정치인과 주민들을 만났다.

지난 2017년 1월 15일 경남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경남도민일보 DB
지난 2017년 1월 15일 경남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경남도민일보 DB

같은 달 박 시장의 대권 행보를 지지하는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모임인 '분권나라 2017'이 창립하기도 했다. 당시 정현태 전 남해군수와 김종대(더불어민주당·창원 타) 창원시의회 부의장이 대표로 선출됐다. 박 시장은 창립식 특강에서 "헌법 1조에 자치분권공화국임을 선포하는 개헌을 하겠으며 지방정부 예산 2배 확대, 행정자치부 폐지, 지역공헌세 신설 등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창녕에서 100명 정도가 참여한 박원순 지지 모임 '희망경남으뜸포럼'은 박 시장 홍보를 맡았다. 진영출 대표는 박 시장과 장마초등학교·영산중학교 동기 동창으로 공무원 퇴직 이후 박 시장을 도왔다.

비록 2017년 1월 말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박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민주당 안에서 작심해 쓴소리를 한 적도 있다. 같은 달 전북 전주를 찾은 박 시장은 당시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그동안 문 전 대표는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다"며 "이런 무능함은 구체제의 종식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에 결코 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분열을 불러온 문 전 대표는 적폐 청산의 대상이지 청산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해 말에는 2018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던 시기여서 박 시장을 두고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 차출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 시장은 2017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당내 소문이) 전혀 근거가 없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같은 해 12월 창녕에서는 회원 700명가량의 박원순 팬클럽이 탄생하기도 했다. 박원순 팬클럽 준비위원회(위원장 이장사 전 경남도의원)는 창녕 부곡에서 발기인 총회를 열었다. 당시 손태환 전 창녕군의회 의장이 상임대표로 추대됐고, 이일철(영산고 총동문회장), 김천일(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회장), 성영광(창녕군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김정선(문화해설사) 씨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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