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성 없는 온라인 원격수업에 아쉬움
삶의 공간으로서 학교 역할 더 고민케 해

지난 6월 21일, 부분 일식 장면은 잊을 수 없다. 이번에 놓치면 10년 뒤에나 볼 수 있다는 것도, 이틀 전인 19일 오후에 과학 선생님으로부터 '태양 관측 안경'을 받고서야 알았다. 과학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미리 관측 안경을 나누어 주었고, 원격 수업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1학년은 따로 챙겼다. 도서 보관함을 중앙현관 앞에 내어놓고, 거기다 관측 안경을 따로따로 넣어 1학년들이 언제든 학교에 들러 가져가게 했다. 3분 이상 관측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까지 세심하게 써 놓았다.

일요일인 21일, 오후 5시를 넘기자 학년별 밴드에는 아이들이 촬영한 일식 장면 사진이 올라오고 함께한 학부모들의 반응이 댓글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직접 일식을 관찰하고 촬영하여 결과를 서로 나누는 학교 밖 수업이 이루어진 셈이다. 나도 마당에 세 번이나 나가서 일식 장면을 관측했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둘 만한 기회를 마련해 주고, 거기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 자발성이 싹튼다는 걸 확인한 날이다.

1학년은 입학식도 없이 6월 8일에서야 처음 등교했다. 겨울방학 때부터 준비한 입학식 계획, 고민고민해서 마련한 입학 선물, 새 학년 적응 교육 프로그램은 써먹지도 못하고 석 달이 흐른 것이다. 마스크를 끼고 등교하는 상황이지만 신입생을 환영하는 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우선 학생들의 바람을 담은 손도장을 모아서 신입생 환영 펼침막을 만들고, 첫 등교를 하는 날 현관에 내걸었다. "너희가 와서 우리의 '봄'은 이제 시작이야." 한 명 한 명에게 담임 선생님이 축하 선물을 건넸다. 이것만으로는 아쉬워 하굣길에 Wee클래스에서 마련한 과자 세트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5월 초에 밀양도시재생센터 가곡동 센터장님이 학교를 방문했다. 학교 입구 신흥유리 자리에 짓게 되는 '상상창고(가칭)'에 대한 학생들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이때는 코로나19로 중학생 전체가 원격 수업이었다. 온라인으로 '도시재생센터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내·외부 공간,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모았는데, 학생들의 다양하고 풍성한 의견은 정리하는 사람이 애를 먹어야 할 정도였다.

'내부는 다양한 연령대가 활용할 수 있고, 여가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꾸미자.' '외부는 여행객들에게 밀양의 인상을 아름답게 심어주고 밀양을 상징할 수 있는 건물로 만들자.' '주민들의 교류와 웃음이 넘치는 마을을 위해 프리마켓을 열자.' 소통의 공간이 마련되자 무궁무진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우리 학교의 학년 밴드는 학부모와 소통하는 창이다. 화단에 메리골드를 심으며 아이들이 빨리 등교하기를 바라는 선생님들의 마음도 전하고, 소규모로 이뤄진 학부모 독서 동아리와 취미 동아리 활동 내용도 나눈다.

원격 수업이라서 '아침머꼬'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조식 꾸러미'를 만들어 전하는 소식도 올리고, 온라인 교육설명회도 밴드를 통해 열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와도 점심 먹을 때 말고는 종일 마스크를 끼고 지내야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축구도 농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수업 시간에 배움을 나누는 모둠 활동도 펼치지 못한다. 중학생들은 하루 여섯 시간 이상 학교에 산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쉬고 뛰어놀 수 있는 삶의 공간으로서 학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좁은 공간에서 숱한 학생들이 함께하는 지금 학교의 모습은 단칸 셋방에 대여섯 명의 가족이 모여 살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학급 수와 학생 수가 많은 학교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학교 공간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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