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만을 위한 법 오해
모두가 존중받을 권리 강화
코로나 '낙인사회'가 큰 교훈

정의당 경남도당이 지난 8일 인준을 거쳐 성소수자위원회를 설치했다. 대부분 정당이 인권위원회 등을 두고 성소수자 인권을 함께 다루는 데 반해 정의당은 인천, 광주, 경기, 대전, 충남, 서울, 전북 등 지역에서 잇따라 성소수자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정의당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정당이다. 경남도당 성소수자위원회 이원호 위원장과 김진수 사무국장을 만나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과 앞으로 활동 방향을 들어봤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경남퀴어문화축제를 열고 난 이후 성소수자 인권의 사회적 이슈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며 정당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축제에서도 느꼈는데, 성소수자를 향한 반감보다 퀴어(queer·성소수자)라는 단어조차 낯설어하거나 일차원적인 시각이 많았어요. 앞으로 차별 금지에 관한 큰 틀이 될 '차별금지법안'을 알리면서 성소수자 또한 내 옆에 있는 친구, 함께 살아가는 당연한 존재로 인식하게 했으면 해요."

차별금지법에 관한 큰 오해 중 하나는 '성소수자를 위한 법'이라는 시각이다. "차별금지법은 특정인을 위한 법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르는 법입니다. 일상에서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수많은 차별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건 대한민국 누구나 해당하는 문제죠.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을 향한 차별적 언행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사람들 인식도 많이 변화했다고 해요. 차별 대상이 지금 당장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셈이었죠."

올 초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확진자와 의료진이 배제와 기피 대상으로 낙인 찍히는 사례가 있었다. 검증이 생략된 허위 정보는 차별과 혐오를 낳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상황에서 이 같은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소수자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는 차별금지법 핵심 내용 가운데 일부다. 교육과 홍보로 차별 시정과 평등 문화를 확산하는 것도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1조다. 헌법이 있지만,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헌법이나 개별법으로 인권을 중요시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상황임에도 차별이 발생하고 있죠.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명시돼 있지만, 피해 구제가 목적이고 권고 정도만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으로 100% 보호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죠."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차별금지법(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평등법') 제정을 재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사람의 정체성은 성별, 장애, 나이, 학력 등 다양한 속성이 중첩돼 있고, 일상에서 이들이 서로 연결된 경험을 하게 된다"며 "그렇기에 차별을 정확히 발견하고 면밀히 살펴보려면 이를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인권위는 "물론 평등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며 "평등법은 무엇이 차별인지 이해를 공유하고, 우리 사회가 차별을 없애려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과 김 사무국장의 기대도 크다. "사회적 소수자에겐 반가운 일이죠. 차별금지법 제정이 고용이나 사회 서비스 이용 등에서 차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무조건적인 처벌보다는 인식 변화와 배려가 중요한 듯하고요. 인권 감수성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고 봐요. 소수자위원회도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으로 국민의 인권 감수성 향상에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무궁무진하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끝>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