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열들 독립 정신 오롯이 담아내
예술 통한 역사 기억의 장 늘기를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보고 3·15아트센터 대극장에 100년 전 '4·3 삼진의거'를 담은 가무악극 <팔의사(八義士)>를 보러 갔다.

4·3 삼진의거는 창원시 진동·진북·진전면민들이 일제강점기에 연합 시위대를 형성하여 조선의 자주독립과 민족자결을 부르짖은 독립운동이다.

가무악극은 전통춤을 주 바탕으로 하여 기존 독립운동 극과는 조금 다르게 관객 가슴을 흔들어 깨웠다.

전체 프로그램은 7장으로 마련됐다. 가무악극은 시끌벅적한 고현장터에서 독립 만세 시위를 계획하는 투사들이 일제 경찰에 맞서 피 흘려 싸우고, 극악무도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는 독립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봄이 되니 시냇가에는 얼음이 녹아 흐르고 먼 산에는 참꽃이 울긋불긋 피어나 온 산을 물들이고 있건만, 조국 광복은 요원하고 고향 떠난 투사들의 생사에 가슴 태우는 부모들은 정한수 떠 놓고 두 손 모아 조상 신명님께 빌고 빈다. 서낭당에 모인 면민들은 최후의 1인까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결의로 독립선언서를 목이 터져라 낭독하며 진동으로 나아간다.

진동면 사동리 좁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시위 행렬은 일제 경찰과 대치한다. 거친 몸싸움이 시작되고 군중 함성은 이미 죽음을 각오한 상태라 하늘을 찔렀다. 겁먹은 일제 경찰은 발포를 시작한다. 여기저기 피가 튀고 오열하며 시위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모두 8명이 형제들 보는 앞에서 목숨을 잃고, 많은 면민이 다치게 된다.

하지만 식을 줄 모르는 독립 의지는 전국으로 번져 삼천리 방방곡곡에 태극기가 휘날리며 독립 함성도 높아갔다.

가무악극은 대한민국 선열들의 독립 정신을 이어받아 코로나19도 이겨내고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이어가자는 가슴 벅찬 장면으로 끝맺음한다.

가무악극을 보는 내내 관객은 모두 하나돼 태극기를 흔들고, 손뼉 치며 출연진과 함께 밀양아리랑을 힘차게 불렀다.

경남 여러 곳에서 독립운동을 재현하고 있는데, 특히 '밀양 3·13 만세 운동'은 지역 어린 학생에서 어른들까지 선조들의 나라 사랑 정신을 이어받고자 출연진으로 참여하여 밀양 시내를 행진한다.

이번 4·3 삼진의거 가무악극을 계기로 도내 여러 지역에서 일제에 항거한 다양한 행사를 발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통해 순국선열들의 그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고 이후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일제가 가장 무서워하여 최고 현상금이 걸린 밀양 사람 약산 김원봉이 중심이 되어 1919년 11월 만주 길림성에서 의열단이 창단되었다. 단재 신채호는 의열단 방향을 제시한 조선 혁명선언서를 지어주었는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했다.

역사교육이 소홀해지고 있는 현재 실태가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우리 후손들에게 지난 역사의 중요성을 계속 일깨워 줘야 할 것이다.

나는 학생들과 국외 역사 기행을 자주 다녔다. 그런데 열차·식당 등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우리 역사 이야기를 해주면,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서 친밀감을 보이는 경우를 경험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역사는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중요한 의미라는 걸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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