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사회경제 구조 대전환 필연
부모 세대 직업 가치 자녀에 강요 말아야

"연제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아들 녀석에게 물었다.

"나 축구선수 될 거야." 최근 유소년 축구교실에 보내준 까닭이다.

한창 <미스터트롯>에 빠져있을 땐 '트로트가수가 될래'라고 생각한 기억이 떠올라 웃었다.

어릴 적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딱히 생각한 바도 없으면서 부모님이 원하는 판사·변호사·의사라는 답을 한 것 같다. 괜히 다른 직업을 말했다간 재차 물어볼 것이 뻔하고, 이런 직업을 이야기해야 부모님이 흐뭇해하실 걸 그때도 알았나 싶다.

우연히 보게 된 국민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란에 '과학자'라고 적힌 걸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과학을 싫어해 문과를 택했는데 과학자가 꿈이었다니.

얼마 전 인터뷰로 만난 다쏘시스템코리아 조영빈 대표는 자식에게 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강요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니 당부했다.

"제발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부모 세대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10년 후에 어떤 직업이 뜰지 모르지만, 아마 의사나 변호사는 아닐 겁니다. 공무원은 더더욱 아니겠죠."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가 젊은 세대에게 '창업'을 권유했다. 조 대표는 "10년 전 중국학생 직업 선호도 1위가 당원, 2위 외국계 기업, 3위가 국내 대기업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1순위는 창업, 2순위 알리바바 같은 중국 내 IT 대기업, 그다음이 외국 기업"이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중국에선 젊은이들이 창업을 가장 선호하는데, 우리나라는 실패 두려움에 창업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게 안타깝다고 했다.

코로나19는 직업 세계 변화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미 비행기 조종사와 승무원, 방과 후 교사 등은 코로나 한파 직격탄을 맞았고, 대신 온라인콘텐츠 제작자나 VR콘텐츠 제작자,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 등이 뜨고 있다.

조 대표는 가장 이상적인 직업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과 사회적 가치가 맞아떨어지는 직업을 꼽았다. "미래에는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직업이 뜨지 않을까 싶어요. 이를테면 애견클럽 운영자, 사람의 감정을 치료해줄 수 있는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말이죠."

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10년 후 과학기술 발전으로 일자리 수 증가가 가장 클 것으로 나타난 직업에 요리사(요리연구가), 상담전문가, 치과의사 등이 포함됐다.

이들 직업은 사람 관계를 다루고, 생명, 안전, 위생과 연관성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냥 자녀에게 경험을 많이 쌓게 해주고, 어떤 점이 좋은지 같이 이야기하는 거죠.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 남들을 어떻게 기쁘게 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조영빈 대표의 조언대로 어른들부터 변해보자. "커서 뭐가 될래" 묻기보다 아이가 원하는 걸 한 번 더 해주는 게 더 현명한 일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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