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 가로수에 가려 안 보여
노면 적색 포장 희미한 곳 다수

'민식이법' 시행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시설 설치의무가 강화됐지만 정작 표지판과 노면표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는 지난 4~5월 '보이지 않는 어린이보호구역을 찾아라' 운동을 벌였다. 통학로 현장을 사전답사할 때 어린이보호구역임을 금방 알 수 없었던 곳이 많았던 까닭이다. 경남지역 전체 실태를 파악하고자 도민 제보를 받은 결과, 8개 지역 26개소에서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표지판에 대한 도민 제보는 설치 여부보다 시인성 문제에 집중됐다. 특히 도롯가로 뻗은 가로수 잎사귀가 표지판을 덮은 곳이 많았다. 가로수가 앙상해지는 겨울에는 잘 보이지만 여름철에는 표지판을 반 이상 가린다. 창원 삼계초·명성유치원 앞 도로, 통영 죽림초·한려초 왼쪽 도로, 진남초 오른쪽 도로 등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창원 하천초처럼 가로수가 아니라 길가에 자란 나무가 표지판을 가린 곳도 있었다.

▲ 창원 명성유치원 앞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이 가로수에 가려진 모습. /초록우산 경남아동옹호센터
▲ 창원 명성유치원 앞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이 가로수에 가려진 모습. /초록우산 경남아동옹호센터

노면표시는 안내표지판보다 더 직관적이다. 지난달 경남도가 개최한 교통안전 협의체 실무회의에서 통학로 안전이 논의될 때 "운전자 처지에서는 표지판보다 선명한 노면표시가 어린이보호구역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도내 곳곳의 통학로 도로에 노면표시가 없거나, 잘 보이지 않았다.

진주 봉래초와 창원 무학초 후문 도로는 '어린이보호구역' 글자도, 30㎞ 속도제한 숫자도 없었다. 김해 화정초 정문 주변은 글자를 도색한 지 오래돼 희미해졌다. 양산 양산초 정문, 창원 토월초, 봉림초, 봉곡어린이집 등도 사정은 비슷했다. 특히 봉림초는 학교를 둘러싼 도로 대부분에 노면표시가 없거나 보이지 않았다. 창원 한별유치원과 하북초 정문처럼 글씨는 선명했지만 속도제한 표시가 없어 아쉽다는 제보도 있었다. 상북초와 월영초는 원래 속도제한 표시가 있었지만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다.

함양 함양초와 위성초 앞 도로는 적색 도로포장이 오래돼 색이 연해졌다. 적색포장은 표지판이나 어린이보호구역 노면표시처럼 공통필수시설은 아니지만 보호구역 내 건널목 등 감속유도가 필요한 곳에 깔게 돼 있다. 운전자 눈에 가장 잘 띄는 표시이기도 하다.

▲ 함양 위성초교 정문 사거리에 어린이보호구역 표시가 없고, 적색 도로 포장이 희미해진 모습. /초록우산 경남아동옹호센터
▲ 함양 위성초교 정문 사거리에 어린이보호구역 표시가 없고, 적색 도로 포장이 희미해진 모습. /초록우산 경남아동옹호센터

경남아동옹호센터는 이 같은 도민 제보를 경남도에 공유했다. 도는 이미 각 시군에 협력 공문을 내려보내 미비점을 조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내용을 전달받고 발 빠르게 나선 시군도 있다. 3일 기준 창원 월영초 어린이보호구역은 노면표시가 선명해졌고, 유목초 앞 돌아간 표지판도 제자리를 찾았다.

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도내 통학로 실태 전수조사를 준비 중으로 각 시군 추경예산이 편성되는 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부 경남아동옹호센터 과장은 "안전한 어린이보호구역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잘 보여야 한다. 그래야 운전자들이 좀 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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