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입고 45개 객실 관리
식사배달·방역·잔심부름 등
업무에 정신·육체적 피로 가중

마스크 미착용, 북적거리는 술집 안팎 풍경이 보여주듯, 생활 속 거리두기는 다소 느슨해졌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5일 0시 기준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1명 발생했다. 신규 확진자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 발생이 43명이었고 특히 국외 유입이 18명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4일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1만 2326명으로 일일 최다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처럼 최근에는 국외 유입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감염 확산을 막고자, 지금도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창원시 창원축구센터 직원들도 그들 중 하나다. 센터 직원 15명은 지난 4월부터 국외 유입 격리자를 관리하고 있다.

국외를 다녀온 이들은 원칙적으로 14일간 격리해야 한다. 무증상이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개 자택에서 격리한다. 하지만 집 구조나 다른 사정 등으로 집에 머물 수 없을 때 찾는 곳이 창원축구센터 숙소동이다.

4층 건물의 숙소동은 총 45개 객실(2~4층)이 있다. 2일 기준 45개 객실 중 42개가 찼다. 모두 국외에서 경남도를 찾은 혹은 집으로 돌아온 내·외국인들로 연령·국적도 천차만별이다.

이달 1일 기준, 지난 3개월간 창원축구센터 숙소동을 거쳐 간 이들은 총 221명이다. 많을 때는 하루 8명이 숙소동에 새로 들어왔다.

센터 직원들은 매일 2교대(오전 9시~오후 6시, 오후 6시~오전 9시)로 나눠 숙소동을 관리 중이다.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배달하고 사이사이 숙소동 전체를 방역하는 게 주된 일이다. 치킨 배달과 기타 잔심부름도 한다.

▲ 지난 4월부터 창원축구센터 숙소동에서 국외 유입 격리자를 관리하고 있는 창원축구센터 직원들. 직원들이 격리자가 떠난 숙소를 정리하고 있다. /창원축구센터
▲ 지난 4월부터 창원축구센터 숙소동에서 국외 유입 격리자를 관리하고 있는 창원축구센터 직원들. 직원들이 격리자가 떠난 숙소를 정리하고 있다. /창원축구센터

격리자와 대면할 수 없기에 우선 전화로 요구 사항을 받고 나서 각 방 앞에 주문 물품을 놓아두는 식이다.

숙소동에 갈 때는 레벨D 방호복을 반드시 입는다. 식사 배달을 하는 데 1시간, 방역을 하는 데 1시간. 하루 6시간가량 방호복을 입고 나면 진이 빠지기 일쑤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땀띠가 생기는 건 예삿일이 됐다.

직원들은 여태껏 숙소동에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걸 위안으로 삼는다. 자가격리를 마치고 숙소동을 나가는 시민이 건네는 인사도 고단함을 잊게 해준다.

창원축구센터 관계자는 "한 국립대 교수님이셨던 걸로 기억한다. 격리를 끝내고 나가실 때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이 정말 잘 돼 있다고 칭찬하시더라.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미약하나마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아쉬운 게 없는 것도 아니다. 점점 누적된 피로, 일부 악성 민원은 직원을 지치게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다른 감염병이 언제 또 확산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크다. 직원들이 낡은 숙소동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원축구센터 관계자는 "창원축구센터는 전지훈련팀 숙소 외에 이제는 코로나19 임시생활시설로도 운영되고 있다.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냉·난방 겸용 개별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숙소동 개·보수를 통해 또 다른 감염병에 대비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프로스포츠의 관중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함에 따라, 창원축구센터 직원들은 더 바빠질 전망이다.

국외 유입 격리자 관리 초기에는 집에 들어가는 일조차 두려웠다는 그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 덕에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커진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