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김용균이라는 빛〉 〈나, 조선소 노동자〉 북콘서트
고 김용균 어머니·삼성중 크레인사고 피해자 "법 제정 관심을"

"사회에 나와 만났던 사람들, 다 멀어졌어요. 유족은 매일 슬픈데, 슬픔만 계속 내비치면 서로 힘들어지더라고요."(김미숙)

"25년, 30년 우정을 이어왔던 친구들 모두 연락이 끊겼어요. 석 달 전에는 30년 지기 결혼식이 있었는데 초청도 못 받았어요."(김영환)

'인제 그만 해라', '나중에 정치하려고 그러느냐', '지겹다'.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에서 혹은 일상에서 (들어)봤을 말이다. 누군가는 비난보다 싫은 게 무관심이라 말하지만, 사고로 가족을 잃고 수년 전 사고에 여전히 아파하는 사람에게 비난만큼 두려운 건 없다. 제발 멈춰달라고 호소하지만 그마저도 또 다른 비난이 돼 돌아오는 게 현실이다.

1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주최로 창원용지문화공원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북콘서트에 참석한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김용균재단 이사장) 씨와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자 김영환 씨는 세상의 모진 비난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북콘서트에서는 두 권의 책을 다뤘다. 2018년 12월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하도급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사망한 스물넷 청년 김용균 씨와 그의 사망 이후 62일 동안 이어진 시민대책위 활동을 엮은 책 <김용균이라는 빛>,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마틴링게 프로젝트 건조 현장에서 발생한 크레인 충돌·추락 사고를 목격하고 트라우마를 안게 된 노동자 아홉 명의 이야기를 담은 구술기록집 <나, 조선소 노동자>였다.

▲ 1일 창원용지문화공원에서 <김용균이라는 빛>, <나, 조선소 노동자> 북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북콘서트 사회를 맡은 박미혜 변호사와 김미숙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영환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 피해자. /이창언 기자
▲ 1일 창원용지문화공원에서 <김용균이라는 빛>, <나, 조선소 노동자> 북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북콘서트 사회를 맡은 박미혜 변호사와 김미숙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영환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 피해자. /이창언 기자

북콘서트에서는 책 밖 현실에 대해서도 말이 이어졌다. 진행을 맡은 박미혜 변호사 질문에 김미숙·김영환 씨는 사고 당시 상황과 사고가 일어난 가장 큰 이유 등을 담담히 풀어가며 과거와 오늘을 이었다. 두 사람이 내놓은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문제에서 가장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질문의 답변은 일상을 되돌아보게도 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 아픔 몰라요. 세월호 참사 후, 뉴스에 악성 댓글이 달릴 때 제가 크게 관여하지 않았던 것처럼요. 이젠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누가 자식까지 잃어가며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도대체 무슨 의도가 있을 거라고 그렇게 모진 말들을 하는지."(김미숙)

"며칠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마지막 가시는 길 인사 한번 왔으면 좋겠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니 딱 4명이 왔더라고요. 그들 중에서는 '너 때문에 온 게 아니다'라며 딱 잘라 말하는 친구도 있었고요. 겉모습이 멀쩡하니, 멀쩡한 사람이 왜 자꾸 그런 식으로 사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내 속은 매월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아픈데. 일을 못해 기초생활 수급을 받고 있는데. 이제는 가족까지 등을 돌렸어요. 아쉽고 견디기 어렵죠."(김영환)

공감이 비난으로 바뀌는 과정 속에는 시스템 문제가 묻어 있었다. 중대재해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기업, 연간 2000여 명이 죽어나가는 산업현장 실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 등은 피해자를 '불쌍한 사람'으로 둔갑시키고 있었다. 북콘서트 마지막, 김미숙·김영환 씨가 당부의 말을 빠트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원청) 한국서부발전 책임자 등을 고소고발했지만 아직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이 사건뿐 아니라 비정규직 철폐, 위험의 외주화 금지, 청년 노동자 권리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김미숙)

"자칭 초일류라는 기업이 삼성입니다. 삼성이 제발 양심의 자본이 되었으면 하네요."(김영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