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상담인력 부족 여전
받아 주는 보호시설 적어
도 하반기 쉼터 조성 주목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학대피해 장애아동 상황은 더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아동은 '장애'와 '아동'이라는 이중의 약자성을 지녔다. 학대 위험도 비장애 아동보다 높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자료를 종합하면 2018년 전국 장애아동 7만 2618명 대비 학대사례는 0.7%(522건)였다. 전체 아동인구(817만 6335명) 대비 학대사례 0.3%(2만 4604건)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그러나 보호망에 뚫린 구멍은 더 넓고 깊다.

◇현장 대응 일원화 안 돼 = 통상 아동학대사건에 대응하는 기관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다. 신고가 들어오면 상담원이 현장에 나가 아동의 분리 여부를 판단한다. 피해아동과의 상담은 중요한 판단 근거다.

전종대 김해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지적 장애를 가진 아동이 학대를 당했을 때 현장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아동의 솔직한 답변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장애인 학대 사건만 도맡는 기관도 있다. 2017년 설치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다. 소속 상담원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장을 판단한다. 하지만 인력이 적어 긴급한 현장에 모두 출동하기 어렵다. 현재 경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인원은 관장 1명, 상담원 2명, 행정사무원 1명으로 총 4명이다. 게다가 아동뿐 아니라 도내 모든 장애인 학대사건에 대응한다.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각 기관에 들어오는 신고를 책임지되 각 기관의 사정에 따라 서로 협력하고 있다.

대응체계를 일원화하려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장애아동 전문상담원을 배치하거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인력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송정문 경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은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늘려잡으면 기획재정부가 삭감하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분리시설 태부족 = 가장 큰 문제는 학대피해 장애아동 임시보호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아동이 어쩔 수 없이 원가정에 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경남지역 아동학대사례 1118건 중 14.6%(164건)가 분리조치됐다. 장애아동에 한정하면 분리조치율은 7.4%(27건 중 2건)에 불과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6번째로 낮은 수치다.

비장애 아동을 잠시 보호할 수 있는 학대피해아동쉼터는 도내 3곳 있다. 물론 이것으로는 부족해 다른 양육시설과 협의해 아동을 분리하고 있다. 이 경우 학대 아동에 특화된 돌봄은 받을 수 없지만 원가정으로 복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장애' 아동의 경우 학대피해아동쉼터는 물론 일반 양육시설에서 잘 받아주지 않는다. 보호대상과 서비스가 다르다는 이유다. 장애인복지시설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같다. 도내 유형별 장애인거주시설은 2019년 기준 94곳이지만 '학대' 피해아동의 자리는 없다. 기본적으로 정원이 가득 찬 경우가 많고, 학대피해아동이 가진 트라우마가 사고로 이어질까 봐 우려해서다. 송 관장은 "시설을 찾는 데만 20일 넘게 걸릴 때도 있다. 사정사정해서 겨우 맡기거나 타지역에 보내기도 한다"라고 털어놨다.

◇대안은 = 정부도 사각지대를 인식하고 지난 2015년부터 전국에 '학대피해장애인쉼터'를 세우고 있다. 모든 학대피해장애인이 대상이다. 현재 전국 13곳에 생겼지만 경남에는 아직 없다.

경남도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지난 5월 보건복지부 공모에 선정돼 올 하반기에 학대피해장애인쉼터를 세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송 관장은 "장애아동에 특화된 쉼터가 아니라 아쉽지만 현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쉼터 확충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해법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석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들을 원가정으로 돌려보내지 않더라도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라도록 해야 한다. 위탁가정이나 입양제도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장애아동 전용 공동생활가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