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전에 종영된 예능프로그램 <이불 밖은 위험해>가 있었다. 그때는 예능프로그램 제목이 뭐 이래, 하고 웃었는데 지금 곳곳에서 그런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른바 '언택트', 즉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택배기사가 벨을 누르고 "택배 왔습니다" 하는 목소리가 사라졌다. 벨이 울려 나가 보면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덩그러니 택배 상자만 놓여 있다. 창밖을 내다보면 택배차가 서너 대씩 몰려 있는 경우도 있다.

점심이나 저녁때면 음식점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전보다 시끄럽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장 보러 가기보다 인터넷 홈쇼핑을 주로 이용한다. 반복된 경고와 코로나 피해를 지속해서 내보내는 뉴스 화면에 길들여진 탓이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습관이 바뀐다는 뜻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좀 잠잠해지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준동 6개월이 되어가는 지금 생각은 다르다. 예전과는 사회풍토와 인성마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염려스럽다.

어쩌다 대문 밖으로 나가면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주차하기 힘들던 마트 주차장은 휑하다. 마스크를 안 쓰고 마트에 온 사람은 다른 이들의 눈총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문 닫은 식당이 줄 서 있고, 문 연 식당은 텅 비었다.

마스크만으로 불안해 소독제를 넣어 다니며 수시로 손을 닦는 사람들. 엘리베이터 층별 버튼을 이쑤시개로 누른 뒤 버리는 사람도 있다. 대문 밖이 정말 위험한 세상이 돼 버린 것이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모두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멀지 않았다고 믿는다.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지난 1일 국내에도 공급되었다고 한다. 이 치료제는 폐렴이 있으면서 산소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에게 투약된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속적인 코로나19 치료제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 세계가 백신 개발에도 온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다. 이 힘든 시기만 지나면 이웃과 함께 웃으며 코로나로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하고 대문 밖이 북적거리는 날은 곧 올 것이다. 지금은 잠깐의 인내가 필요하고, 현재는 곧 과거로 묻힐 테니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