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산해수청, 섬 3곳에 신축
관리권 문제로 아직 문 안 열어
주민 "감사원 진정 등 고려"

통영시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통영 유명 섬 3곳에 여객선터미널을 새로 지어 놓고도 관리권 문제로 수개월째 방치해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일 통영 한산도 주민 등에 따르면 이들 섬에는 여객선을 타려는 주민과 관광객 등이 배를 기다리면서 쉴 만한 변변한 터미널이 없어 그동안 큰 불편을 겪어왔다. 특히 바람이 강한 섬 특성상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면 터미널이 없다 보니 도로나 접안부두 옆에서 여객선을 기다리다 옷이 흠뻑 젖기 일쑤였다.

이에 마산해수청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1월 한산도 제승당과 비진도 외항, 소매물도 등 3곳에 총사업비 22억 원을 들여 여객선터미널을 신축했다. 터미널에는 매표소와 대합실 외에도 매점·화장실 등 여객선 이용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들어섰다.

그러나 여객선터미널이 완공되고도 수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이 잠겨 있어 여객선 이용객들이 사용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산푸른등대청년회 회원들은 마산해양수산청장에게 편지를 보내 대합실의 조속한 개관을 촉구했다.

이들은 "개관이 늦어지는 것은 마산해양수산청의 소극적인 업무처리 때문으로 직무유기"인 데다 "건물을 완공하고도 운영하지 않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 통영시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한산도, 비진도, 소매물도에 여객선터미널을 지어 놓고도 관리권 문제로 수개월째 문을 열지 않아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은 소매물도여객선터미널. /하청일 기자
▲ 통영시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한산도, 비진도, 소매물도에 여객선터미널을 지어 놓고도 관리권 문제로 수개월째 문을 열지 않아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은 소매물도여객선터미널. /하청일 기자

이처럼 신축 터미널이 방치된 데는 터미널 개장을 위한 관련 행정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터미널을 지은 마산해수청과 해당 지자체인 통영시가 관리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마산해수청은 통영시가 터미널 관리를 위임받아야 개장할 수 있다는 의견인 반면, 통영시는 소유권은 넘기지 않고 관리책임만 떠안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마산해수청 관계자는 "국유재산관리법에 따라 소유권을 넘겨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데, 시가 소유권을 달라고 한다"며 "시가 건물 사용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데도 관리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터미널을 관리하려면 예산과 인력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해결책 없이 관리권만 위임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리권을 위임받으면 당연히 유지보수 등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시의회 설득 명분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난 수개월 동안 수차례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산푸른등대청년회는 마산해양수산청장이 성의있는 답변이 없을 땐 감사원 진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년회 한 주민은 "큰돈을 들여 번듯한 터미널을 지어놓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로, 차라리 안 지은 것보다 못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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