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특수전전단 소속 청해진함의 홋줄(배를 부두 말뚝에 묶는 데 쓰는 굵은 줄) 6번 요원이었던 이형준 하사가 홋줄 사고로 중상을 당하는 일이 지난 2018년 11월에 있었다. 목숨을 구한 이 하사는 이후 치료과정에서 군 당국의 대응에 답답함과 막막함을 토로했다. 이 하사가 지난 4월 급성 심정지로 사망하면서 홋줄 사건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젊은 군인의 죽음에 지역사회가 관심을 두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국가에 대한 충성은 한갓 쇼와 같은 애국 마케팅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국가가 상처받고 다친 병사들에 대한 대우와 처리를 제대로 해야, 이 나라에 대한 믿음과 충성심이 공고해지는 것이다.

고 이형준 하사의 죽음은 군에서 해온 공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정되었기 때문에 순직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유가족들은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사고 조사를 전면적으로 재실시하여 사고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정부가 나서서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족들 주장을 두고 억울함에서 비롯된 한풀이로 오도해선 곤란하다. 먼저 청해진함 홋줄 사고로 책임자 중 그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았고 고작 행정처분인 주의·경고만 받았다. 하지만 6개월 후 벌어진 최영함의 홋줄 사고에선 해군은 민군 합동사고조사를 하여 함장 등 사건 관련자 3명에게 감봉·근신 등의 징계를 하였다. 청해진함 사고를 제대로 처리하였더라면 다른 전함에서 사고가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으며, 이후 사고처럼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대목이다. 또한 사고 당시 이 하사는 홋줄 업무에 서투른 초보라는 사실을 갑판 책임자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당시 상황을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분단국가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둔 우리 사회에서 군대 징집과 복무는 청년 세대에 지워진 멍에이다. 숙명처럼 받아들인 군 복무에서 몸을 다칠 때, 국가가 그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간다는 믿음은 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에 충성할 수 있다. 이런 최소한의 원칙을 이젠 정말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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