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본부 설치 등 300억 투자
스마트공장·ICT기업 혜택 기대
실직 위기 교육으로 극복 가능
창원 특화 과정 개발에도 관심

글로벌그룹의 한국법인 CEO. 약속을 잡는 것부터 사전 인터뷰 자료까지 비서를 통해 전달하고 오케이 사인을 받아야 만날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편견은 깨지라고 있는 법. 이 사람은 직접 전화를 걸어와 인터뷰 시간과 장소를 잡았고, 수행 인력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 떡 하니 나타났다. 최근 경남에 투자 의사를 밝힌 세계적인 소프트웨어그룹 다쏘시스템코리아 조영빈(53) 대표이사다.

다쏘시스템은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세계 100대 가장 지속 가능한(The Most Sustainable) 기업 1위에 등극하는 등 혁신성과 지속 가능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다.

3D기술로 기업과 과학, 사회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게 다쏘시스템이 추구하는 목표이자 비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는 요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살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궁금해 조 대표를 만났다.

▲ 경남 진출을 선언한 다쏘시스템코리아 조영빈 대표이사가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6층 멀티플렉스에서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생존 전략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경남 진출을 선언한 다쏘시스템코리아 조영빈 대표이사가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6층 멀티플렉스에서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생존 전략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혼자 오신 것에 한 번 놀랐습니다.

"안 그래도 회사에서 걱정을 많이 하네요. 홍보담당자 없이 이렇게 인터뷰하는 게 처음이라서. 담당자도 다 할 일이 있으니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가 하면 되지 않나요. 이전에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회장님이 한국에 혼자 오신 적이 있는데 그때가 떠오르네요."

-먼저, 다쏘시스템이라는 회사가 궁금합니다.

"1981년 프랑스에 설립된 3D 익스피리언스 기업입니다. 140여 개국 22만 고객사를 두고 있으며, 3D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입니다. 다쏘시스템코리아는 1997년 설립돼 현재 260여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고객사로는 삼성전자, 포스코,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포함해 1만 1000곳 정도가 있습니다."

-어떤 일로 창원에 오시게 됐죠?

"창원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러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죠. 특히, 무대에 서면 성공스토리를 소개하는 데 저는 제가 경험한 글로벌 성공사례,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등을 이야기해볼 생각입니다."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제발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지 말라는 겁니다. 부모 세대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10년 후에 어떤 직업이 뜰지 아무도 모르지만, 의사, 변호사는 아닐 겁니다. 공무원은 더더욱 아니겠죠. 10년 전에 프로젝트 논의차 중국을 방문했는데, 중국에서는 어떤 직업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1위가 당원, 2위 외국계 기업, 3위가 국내 대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1순위 창업, 2순위 알리바바 같은 중국 내 IT 대기업, 그 다음이 외국 기업이라고 하네요. 미래의 직업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과 사회가 원하는 직업이 매칭되면 가장 좋은 직업일 겁니다. 그 직업이 뭐냐고 생각했을 때 현재 있는 직업은 분명히 아닐 것이라 확신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직업이 미래에 뜰까요?

"결국은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직업이 뜨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애견클럽 운영자, 사람의 감정을 치료해줄 수 있는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등이 되겠죠. 부모 세대는 지금 좋아 보이는 직업을 자식에게 강조해서는 안 됩니다. 자식들에게 경험을 많이 쌓게 해주고, 어떤 게 좋은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남들을 어떻게 기쁘게 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대표님은 사내에서도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신다고요?

"네. 저는 회사를 수평적인 조직으로 만들려고 항상 노력 중입니다. 또, 연공서열을 파괴하려고 모든 직원 명함에 다 '대표' 직함을 새겨줬습니다. 물론, 저는 대표이사지만요. 무슨 말이냐면 30살이 된 직원에게 팀장을 맡기고 쉰 살이 넘은 전무를 아래에 두고 일을 할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 리더를 맡아야 합니다. 리더는 꿈을 잘 꾸고 여러 사람과 화합하는 게 중요합니다. 혼자 잘하는 사람은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똑똑하면 일당 십까진 가능해요. 하지만, 일당백은 어렵습니다."

-창원을 비롯한 지역 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 지역 대학-기업-연구기관이 함께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협치(거버넌스)를 다짐하는 경남도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지역인재를 키우자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저는 다른 관점에서 한 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금도 안 좋지만 하반기가 되면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분명히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겁니다.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인력 구조조정이 필수니까요. 실업자에게 정부나 지자체가 실업수당을 주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실업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새로운 인재를 키워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퇴직 위기에 몰린 사람이 교육을 통해 거듭나고, 경기가 좋아지면 회사로 돌아가는 선순환구조가 필요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실직자에게 교육을 통해 다시 기회를 주는 게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하다고 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많은 기업이 생존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기업을 만나면 항상 변화를 강조해왔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돈 버느라 바빠서 시간이 없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돈이 없어 변화에 대비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올 초부터 기업인에게 항상 이런 말을 하고 다닙니다. '사장님 많이 어려우시죠. 그런데 지금이 기업이 최고의 트랜스포메이션(변화)할 시점입니다, 지금 아니면 절대 못 합니다.'라고 말이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어렵지만 버티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쪽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 조 대표가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6층 멀티플렉스에서 산단공 경남본부 엄재용 과장의 설명을 들으며 창원국가산단의 이전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조 대표가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6층 멀티플렉스에서 산단공 경남본부 엄재용 과장의 설명을 들으며 창원국가산단의 이전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어떤 계기로 경남에 진출하게 됐나요?

"경남도 경제부지사를 지낸 문승욱 국무조정실 제2차장과는 몇 번 안면이 있었습니다. 김경수 도지사를 잘 아는 지인 그룹에서 경남에 가서 좀 도와주면 어때 하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창원에 오니 다들 움츠려있고, 힘들다고 아우성이더라고요. 지역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와서 뭘 하겠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반대로 외지 사람들이 와서 현실을 있는 대로 이야기해달라는 주문도 있어 경남 진출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다쏘시스템코리아 경남지역본부를 설치하기로 했죠?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예정대로라면 하반기 경남본부를 둘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진척이 더딥니다. 아무래도 하반기나 내년이 되어야 진척이 있지 싶습니다. 우리 회사는 경남도와 다쏘시스템 경남본부 설치, 5개 협력사 이전과 지역인재 30명 채용 등을 담은 300억 원 투자 규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다쏘시스템 경남본부가 생기면 스마트공장 관련 수요기업들의 혜택과 더불어 경남지역 정보통신기술(ICT) 공급기업의 글로벌 스마트공장 시장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창원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3D 익스피리언스에 대해 설명을 부탁합니다.

"다쏘시스템은 현실 세계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3D 가상현실을 통해 구현해 기업들이 비즈니스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제품수명주기관리(PLM)부터 디지털 목업(DMU), 컴퓨터 지원설계(CAD)까지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을 하나의 가상 플랫폼에서 제공합니다.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자동차, 항공우주 등 11개 산업 분야에서 초기 제품 콘셉트 개발부터 엔지니어링, 제조, 생산, 판매까지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 안에는 3D CAD 프로그램인 카티아, 또는 솔리드웍스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시뮬리아, 델미아 등 12개의 강력한 브랜드 애플리케이션들로 구성돼 있는데요. 이 통합된 앱들은 11개의 주요 산업 고객들에게 85개 이상의 산업 특화된 솔루션 경험들을 제공하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다쏘시스템이 경남에서 펼치게 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학창시절을 창원에서 보내 지역에 애착이 많습니다. 창원을 비롯한 경남 지역은 기업 문화가 수도권보다 낙후돼 있습니다. 이런 기업 문화를 바꾸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다쏘 프랑스 본사에서도 서울과 R&D센터가 있는 대구는 알고 있지만, 아직 창원은 잘 모릅니다. 그 사람들에게 창원을 알리고 새로운 창원을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또 하나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오로지 창원에서만 배울 수 있는 창의적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 미국 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 한 학생이 스케이트보드를 만들고 있었어요. 근데 알고 보니, 이 수업은 수학과 물리학 없이 보드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만약 바퀴가 잘 돌지 않으면 잘 구르게 하려고 물리학을 스스로 배우는 방식이죠. 우리도 이런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영빈 대표는? 1997년 다쏘시스템 한국지사 설립 때 재무팀 매니저로 입사했다. 2004년 '에노비아' 아시아지역 총괄로 일했으며, 2007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채널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2008년부터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2010년 다쏘시스템 글로벌 연구개발센터를 대구에 유치해 외국인 투자 유치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 지난해 경남지역본부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경남도와 체결한 바 있다. 서울 출신이지만 양덕중학교, 경상고등학교를 졸업해 창원과 연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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