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하지 못한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거나 대비하지 못할 것이 있다면 코로나 극복 이후 다가올 세상이다. 아니, 도무지 읽어낼 재간이 없다. 당장 넓게는 이 횡행이 언제 종식될 것인가, 좁게는 나는 그때까지 무사할 것인가에 답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를 논의하는 기구가 생겨나고, 포스트 코로나를 그리는 동료 기자들 분석(적어도 한 꼭지가 원고지 10장 이상이며 그것이 수차례 연속하는 기획보도 같은 것)을 보면서 그 역량에 감탄을 한다.

이렇게 모자란 기자인지라 휴일이라도 일이 있으면 군말 없이 나서는 근면 성실로 버티는데, 지난 일요일도 일이 있어 만날고개로 향했다. 회사에서 6월항쟁정신계승 경남사업회와 함께 마련한 '만날고개 걷기대회' 마지막 날이었다. 나와 선배 한 명이 맡은 일은 참가자 행운권 추첨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것이었다. 원래는 시작과 마무리를 하루에 끝냈을 행사인데, 거리를 두고 걷게끔 준비해서 장장 9일간 치렀다. 마찬가지 추첨도 온라인으로 방송하게 된 것이다.

비대면, 포스트 코로나, 그런 것이 이런 형태일까 하는 짧은 생각으로 방송을 하는데 행운권을 뽑는 인물들의 행동이 제각각이었다. 누구는 능숙하게 말을 이어가는가 하면, 누구는 이런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카메라 동선을 벗어나거나 시선을 딴 데 두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재미가 적지 않았다.

그중 한 사람이 카메라를 향해 정중하게 목례를 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아는 몸가짐이었다. 그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배하는 감정이 희망이 아닌 절망이라도 바뀌지 않아야 할 것, 바뀌지 않을 것은 분명 존재한다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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