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에 참전해 소녀 구한 터키인
도움 준 국가의 고마움 잊지 말자

지난 2018년 6월 <아일라>라는 영화가 개봉돼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6·25 한국전쟁 중 홀로 남겨진 5살 된 한국인 소녀를 구한 터키 파병군인 슐레이만 하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전쟁 통에 죽은 이들이 수북한 속에서 혼자 살아남은 한국 소녀를 우연히 발견한다. 이 어린 소녀에게 터키어로 '달'을 뜻하는 '아일라(AYLA)'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애틋한 마음을 나눈다. 그는 상관들의 거센 반대에도 아일라를 영내에 데려와 친딸 이상으로 보살폈다.

그는 아일라를 사랑으로 먹이고 입히면서 아버지처럼 돌봐주었다. 아일라 역시 그를 아버지처럼 따랐다. 깊은 부녀의 정이 쌓여간 것이다. 특히 아일라는 터키 군대에 머무르며 터키어를 익혀 통역관으로 활약하기도 하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3년 1개월간의 전쟁이 멈추며 휴전했다. 이제 슐레이만 하사도 고국 터키로 돌아가야 할 시간. 하지만 아일라를 버리고 갈 수 없어 고민 속에 귀국을 미루게 된다. 이 때문에 터키에 있는 결혼할 애인마저도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 결국 아일라를 큰 가방에 넣어 귀국선에 몰래 태우려다 발각되는 장면은 관객을 눈물바다로 만든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난 2017년 터키와의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터키에서 개봉된 영화다. 관객 500만 명을 불러모아 당시 터키 역대 6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2년 전 한국 시사회 때는 터키 국방부 장관이 격려사를 보냈고 세종시 공무원들도 단체 관람했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터키에 정말 고맙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유엔 참전용사 방한 프로그램으로 초청됐던 슐레이만은 당시 방송을 통해 친딸같이 보살펴온 아일라(김은자)를 60년 만에 재회, TV를 보던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슐레이만은 안타깝게도 2018년 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터키는 한국전쟁 발발 때 미국·영국·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2만 1200여 명을 파병했다. 북한에서 남하하는 지상군과 공군을 격퇴하는 등 큰 전공을 세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960여 명이 전사했다. 터키군은 유일하게 휴전 이후에도 버려진 아이 640여 명을 위해 터키 수도 이름을 딴 앙카라 보육원과 학교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참전국 16개국(의료·물자 지원 5개국 별도) 가운데 터키가 한국을 '피를 나눈 형제'라고 부르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한국전쟁 당시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리고 참전 21개국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간혹 외국인들이 지나가면 짧은 영어로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라고 한 후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물어보기도 한다. 혹시 6·25에 참전했던 나라의 외국인이라면 반가운 마음에 간단한 음료나 빵 같은 것을 전해 주면서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다. 특히 터키 사람들을 만나면 '피를 나눈 형제'라 부르며 가끔 목적지까지 차를 태워주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당시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과 함께 경제 대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참전국가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형제 국가인 터키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참전 국가에 대한 고마움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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