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오염원 관리 부실
전문가들, 농가 이전 제안
수변구역 확대로 자연정화
보 개방 강 흐름 개선 시급

더위에 반갑지 않은 손님 '녹조'가 또 낙동강을 찾았다. 10년째 녹조 현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감시·관리 기관마다 "자연현상은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치 앞만 보는 인간에게 강은 색으로 갖은 경고를 한다. 낙동강 본류 개선에 뒷짐 지고 있다가는 앞으로 식수는 물론 농업·공업 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과 경남도가 발표하는 녹조 선제 대응은 매년 Ctrl+C, Ctrl+V 수준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수질개선사업으로 하수처리장과 하수관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오염원 유입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의 이 같은 노력으로 물 속에 포함된 인화합물의 총 농도인 '총인(T-P)' 저감 효과는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녹조 원인의 10%만을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더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녹조는 햇빛이 있고, 수온이 올라가고 영양염류(질소·인), 일정한 체류시간이 유지되면 발생한다. 4가지 조건 중 한 가지 조건이라도 부족하면 녹조 발생은 쉽지 않다. 보 건설로 낙동강 유속이 확연히 느려졌고 이 때문에 부영양화도 심해졌다. 정체된 수역에서 녹조를 방지하고자 인간이 그나마 제어 가능한 것이 영양염류와 체류 시간이다. 체류 시간은 4대 강 보 개방·철거 논의로 이어졌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 상황에서 녹조 발생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영양염류 부분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각지대는 관리가 되지 않는다.

주기재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실핏줄이 살아야 대동맥이 산다. 점오염원 관리가 잘돼도 하천 유입 오염물질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비점오염원 관리가 안 돼 오히려 비가 내린 후 녹조현상이 심화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점오염원은 특정·고정오염원이라고도 하는데, 오염물질이 특정한 지점 또는 비교적 좁은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킨다. 공장, 사업장 등 오염물질의 유출 경로가 명확해 예측과 관리가 다소 쉽다.

비점오염원은 비특정오염원으로 도시 중금속과 기름기를 머금은 토사, 농약, 비료, 축분 등 유출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예측과 관리가 어려운 오염원이다. 비점오염원인 축산 폐수에는 매우 짙은 농도의 인이 함유돼 있고, 농업 폐수에서도 많은 양이 흘러들어온다. 우리나라는 점오염원 개선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지만, 비점오염원 대책은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 창녕함안보를 찾은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이 되풀이 되는 녹조현상을 막으려면 낙동강을 4대강 사업 이전인 흐르는 강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br /><br /> /이혜영 기자
▲ 창녕함안보를 찾은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이 되풀이 되는 녹조현상을 막으려면 낙동강을 4대강 사업 이전인 흐르는 강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이혜영 기자

주 교수는 "비점오염원은 소하천이나 도랑을 통해 다량 유입되고 있지만, 환경부와 담당 지자체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녹조를 막기 위해서는 물 관리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강을 보는 관점을 달리해 농업형태 변화 등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수질 오염 쟁점이 되는 지역의 축산 농가 이전·보상 비용이 물관리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고 진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조되는 부분이 수변구역 확대를 통한 자연정화 기능이다. 정부가 강과 맞닿은 수변구역을 사들여 물과 땅이 만나는 면적을 늘려 자연정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낙동강이 썩은 물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미 영양염류가 풍부한 낙동강 정체 수역은 여름철 수온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녹조 현상은 피할 수 없다. 강의 흐름을 막아 녹조가 심화했다면, 원래 자연적 흐름으로 돌리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시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녹조가 오랜 시간 유지되면 수중 생물이 죽어 생태계가 파괴되고, 유독 남조류가 독소를 만들면 강물을 마시는 동물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녹색을 띠는 낙동강 창녕함안보 일부 구간 표면에서도 덩어리진 불순물과 폐어류가 떠 있다.

임 위원장은 "영양염류가 많다고 해도 물이 흘러 먹이를 먹을 시간을 주지 않으면 녹조가 이렇게 확산하지 않는다. 보 수문을 열어 체류시간을 줄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관련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지난 7년간 4대 강 보 건설 구간의 여름철 녹조 발생 상황을 분석한 결과 보 개방 폭이 컸던 금강과 영산강에서 녹조 발생이 예년보다 최대 97% 감소하는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은 지난해 6~9월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당 263개로, 같은 기간 5년 평균 4800개보다 뚜렷하게 감소했다. 영산강도 5년 평균 ㎖당 4693개에서 2019년 162개로 줄었다. 이와 반대로 보 개방이 제한적이었던 낙동강에서는 지난해 6∼9월 8개 보의 평균 녹조 발생이 2013∼2017년 같은 기간 평균 대비 32% 증가했다. 4대 강 보 개방이 녹조 저감에 효과가 크다는 것이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임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인 4대 강 재자연화도 집권 4년차인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환경부는 논의만 하지 말고 양수장 개선 등을 통해 일단 보 개방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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