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인 지급대상·시기 빠져
버틸 힘 없는 농업 살리기 급선무

지난 18일 경남도의회에서 경남 농민수당 조례안이 어렵사리 통과되었다. 그러나 경남의 농민수당 조례는 핵심 쟁점 사항은 비켜간 반쪽짜리 조례이다. 조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지급 대상과 시기에 대해서는 다시 규칙을 정해야 하게 되어있다. 엄밀히 말하면 제대로 된 조례라 할 수 없다. 조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당겨서 논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4만 5000여 도민이 서명하여 제출한 주민발의형 조례에 담긴 깊은 뜻을 진정 헤아려야 한다.

농민수당 이야기가 나온 지는 몇 년 됐다. 농민수당은 농업의 다원적이고 공익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보상 차원, 또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투자 성격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1990년대부터 진행된 농산물시장 개방이 우리 농업의 구조를 확 바꿔 규모화·기계화·단작화의 길로 들어서게 하였다. 그랬으면 농업이 살아나고 젊은 층이 농업을 이어가며 농민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아주 일부 농민을 빼고는 이른바 농사지어 돈이 안 되는 구조가 안착해 버린 것이다.

이 와중에 값싼 수입 농산물에 밀려 일부 품목으로 생산이 집중되니 월동채소류, 건고추·마늘·양파 등의 채소들은 몇 년째 가격폭락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쌀값도 농민들 기대치에 못 미치며 고만고만하다. 그나마 가격이 괜찮다는 축산업도 언제 가격이 폭락할 것인지 노심초사하고 있으니 농촌 현장 일상이 재난이라는 말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여기저기서 걱정하지만, 이러한 농업 현실을 책임지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농업직 공무원들도 타 부서보다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말한다. 그래서 농민들이 먼저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어떠냐고 묘안을 짜내고 경남에서는 4만 5000여 명의 동의를 받은 것이다. 농업 선진국들은 시중 농산물가격은 높이지 않고, 대신 농민들에게 직접 지급되는 방식으로 농민 소득을 보전해 준다. 유럽은 농업소득의 110%가량 농민들에게 직접 지불하고, 일본도 50%가량 보전되게 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농업보조금의 9%가량만 농민 손에 직접 지원되는 형국이니, 사실 알고 보면 농 관련 산업을 농업과 농민들이 받쳐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부터 공익형 직불제로 직불제 지급 방식이 조금 바뀌었다. 그간 면적 단위로 지급되던 직불금이 대농들에 유리하다는 비판이 있어, 소농들에게도 이익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한 것이다. 얼추 고민의 방향은 맞지만, 전체 직불금액이 늘어난 것이 아니니 온전히 농업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어찌 보면 농민수당이나 농민기본소득이라는 것은 농민들에게 직접 지급액이 늘어나도록 하는 보완 장치이다. 그런데도 달라진 직불금을 핑계로 농민수당 핵심인 지급 시기·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은 조례를 통과한 것은 경남도 농정 관료 혹은 도지사가 농업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이 든다.

경남도 예산이 녹록지 않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선후차를 가려 일을 해야 한다면 기꺼이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일이 먼저다. 농업은 전 국민이 이해당사자이다. 더는 버틸 힘이 없다. 지역 균형, 산업 간 균형이 무너져도 너무도 무너져 내려 빛이 보이지 않는 농업과 농촌·농민을 일으켜 세워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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