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노동착취 대상이었던 아동
부모의 보호 의무 강화 우선해야

"죽 한 그릇만 더 주세요."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는 올리버가 소년원에서 피죽 한 그릇 더 얻어먹겠다고 밥그릇을 내미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대가로 올리버는 흠씬 두들겨 맞고 독방에 갇히고 나서 싼값에 장의사 도제로 팔려 간다. '자본주의 맷돌'이 인간을 갈아 넣어 역사를 추동하기 시작한 19세기 유럽이 배경이었다. 이 시기 아동은 보호와 복지의 대상이기는커녕 돈벌이 수단이요, 손쉬운 노동 착취 대상이었다.

182년 전에 쓰인 소설을 떠올린 것은, 창녕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가해자의 수당 관련 기사 때문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베란다로 탈출한 소녀가 시민에게 발견돼 입원한 상황에서 소녀의 아버지는 넷째 아이 '출산장려금' 지급 시기를 문의했다. 또 남은 두 아이와 강제분리조치가 되는 날에는 '양육수당'을 어린이집 비용이 아닌 현금으로 달라고 요청했다.

자해소동을 벌이고, 세상에 돌팔매질을 당하고, 구속을 목전에 둔 사람의 행동치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돈'이 중요했다는 방증으로 읽힐 뿐.

때문에 출산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거제에서 연고도 없는 창녕으로 이사한 까닭도 의심받고 있다. 창녕은 아동 관련 각종 수당에서 단연 1등이다. 거제는 둘째까지 장려금이 없고 셋째 이상은 220만 원을 주고 있다. 창녕에 와 이들 부부는 넷째 출산에만 1000만 원, 4명 아이 수당은 매월 90만 원에, 양육지급방식 변경으로 40만 원을 더 받을 예정이었다고 한다.

출산장려금은 '지방소멸' 경종에 놀란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도입한 대표적인 인구증가 시책이다. 인구증가 지원 조례 등을 근거로 지급하고 있는데, 수혜자 조건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번처럼 아이를 죽지 않을 만큼만 학대하는 부모에게도 장려금과 양육수당은 꼬박꼬박 지급된다.

실제 아동학대 신고로 현장에 나가 분리조치를 하려 들면 아이를 순순히 데려가라는 부모는 없다고 한다. '아이 셋만 있으면 (각종 수당 덕분에) 먹고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이를 낳으라고 할 뿐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가 돈을 주면서 출산과 양육을 독려하는 것은 어쩌면 섬뜩한 일이다. 아이=인구, 즉 생산수단인 사회가 아동을 값싼 노동력으로 여긴 올리버의 시대보다 얼마나 나아졌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인구증가 시책은 결국 노동력 확보에 목적이 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구체화한 계획이나 큰 그림 없이 인구 증가를 논하는 것은 결국 값싸게 노동력을 얻겠다는데 다름 아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없는 한 인간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당연히 어떠한 인구 증가시책도 허망할 것이다.

그러니 더는 각종 아동 관련 수당을 인구증가 시책이 아니라 부모의 보호 의무에 쐐기를 박는 방안으로 활용해야 한다. 학대 정황이 드러난 부모에게는 수당 지급을 중지하고 상담·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빌라 4층의 45도 경사진 지붕을 맨발로 타고 올라가 7시간 남짓 비좁고 먼지 가득한 물탱크실에 쪼그려 앉아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강아지 놀이라며 쇠줄에 묶어 놓고 하루 한 끼 밥을 주던 계부가 "(아이를) 많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아이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우리 시대 '올리버'인 이 아이를 우리는 자주 떠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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