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내부 친밀감에 비판 약화하기도
고른 의견 표출·세련된 취합 과정 필수

나는 요즘 3개의 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하나는 2018년 4월 25일 '부마항쟁 진상조사 및 보고서작성실무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2019년 들어서서 실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위원회는 2014년 12월 29일에 활동을 시작했으니 벌써 6년 차에 접어들었다. 위원들의 임기가 2년이므로, 교체되기도 하였지만, 위원 10여 명이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나면서 업무가 진행된다.

과거사 조사는 국가폭력의 실태를 파악하여, 피해를 회복하는 한편, 부마항쟁이 한국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시도이다. 여기에 진상조사와 보고서작성실무위원회의 책임을 맡았으니, 공적 책무의 무게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2018년 11월 15일부터는 '경상남도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이자 위원장이 되었다.

이 위원회는 2018년 7월 부임한 김경수 지사가 새로운 경남위원회를 통해 작성한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 도정 4개년 계획'의 이행 과제를 6개월마다 점검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도청 부서에서 작성한 이행과제 추진상황을 읽고, 위원 30여 명과 전문위원들이 분야별 점검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다시 취합하여 도지사에게 권유할 수 있는 보고서 80여 쪽을 작성하는 업무이다.

도정 평가와 더불어 정책 제안을 해야 하는 업무이기에 정책 현안 이해와 동시에 미래 전망 능력까지 겸비해야 수행할 수 있는, 경남 도정의 총체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하는 공익적 업무이다.

세 번째 임무는 지난 4월 17일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의 공모를 위한 경상남도 프로젝트 책임을 맡게 되었다.

대학과 경상남도·교육청·창원시·김해시·진주시·양산시, 그리고 50여 개의 기업들과 협업을 해야만 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미래의 경남을 재구조화하려는 야심 찬 프로젝트이다.

이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도청의 통합교육추진단·산업혁신국은 물론, 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14명의 워킹그룹이 꾸려지고, 구체적인 사업을 준비하는 데에는 70여 명의 교수들이 참여하였다. 경남의 미래를 선도할 인재를 대학들이 공동으로 힘을 합쳐 양성하여, 기업 미래를 이끌도록 하자는 경남경제 도약을 도모하는 프로젝트이다.

나와 같이 직접 일을 하는 팀은 대개 10명에서 30명 정도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원까지 합친다면 100여 명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길게는 2년 이상, 짧게는 2개월 이상을, 본업을 둔 채로, 뜻을 같이한다는 도덕적 책무로 일을 하는 셈이다.

적은 인원이 집중적으로 일하다 보면 빠지는 함정이 집단사고이다. 즉 동료 간에 친밀감이 형성되어 서로 비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경우이다.

이럴 경우 자칫 잘못하면 위원들이 맡는 개인 업무에 대해 다른 위원들은 이견을 제시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은 공적인 이익에 대한 논의가 약화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가능하면 참석한 위원들의 의견이 모두 표출되고, 이를 모아가는 세련된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공적인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것이 내부의 공평한 의견표현을 장려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데에는 개인들의 헌신과 열정도 중요하지만, 환경을 보며 사업을 총체적으로 판단하는 체계적 운영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