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안전성 높은 공법 제안
시 기술심의 자문위 평가 '적합'

양산시가 원도심 지반 침하 원인으로 지목받아 공법 변경을 추진해온 시공업체 제안을 받아들여 공사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는 기술심의 자문위원회를 최근 열어 중부동 402번지 옛 시외버스터미널 터에 2017년부터 지하 4층 지상 44층 전체면적 4만 2022㎡ 규모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시공업체에서 지하차수벽 공법을 '슬러리 월'(slurry wall) 방식으로 변경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슬러리 월 방식은 건설 안정액을 사용해 굴착한 땅속에 80㎝ 두께 철근 콘크리트 파일을 박아 연속 벽을 세우는 공법으로, 소음·진동이 적고 기존 공법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시공업체가 지하 자갈층까지 완벽하게 지하수 유출을 막는 고난도 공법으로 사실상 재공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해 4월부터 원도심지역인 중부동·북부동 일대에 광범위한 지반 침하가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아 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지하 기초공사 과정에서 물막이벽 이상으로 인근 지하수와 토사가 흘러들어오면서 공사 현장 인근 도로가 갑자기 내려앉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시가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시공업체는 그동안 지반 침하 연관성을 부인해왔지만 100억 원가량 추가 공사비를 지출하는 부담을 감수하고 '공법 변경'이라는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자문위는 슬러리 월 방식이 차수성이 우수한 데다 주변 지하수 수위를 낮추지 않고 굴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차례 지하수 유출 사고를 겪은 주상복합아파트 현장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법으로 정한 자체 감리 외에 외부 감리를 두고 공사가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주문해 지반 침하를 우려하는 주민 불안을 해결하도록 했다. 시공업체 역시 대한토목학회 전문가 등 자체 자문단을 구성해 정기점검을 하는 등 원활한 공사 재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공법 변경에 따라 슬러리 월 공법을 적용하려면 추가 비용 외에도 현재 파놓은 지하 공간 일부를 다시 메우고 지하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준공 시점 역시 1년 가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서 지반 침하로 공사기간이 늘어나 입주 예정일을 지키지 못한 시공업체가 또다시 준공이 늦춰져 손해를 보더라도 '회사 브랜드 가치 제고'와 '원도심 발전'이란 사업 취지를 살리겠다는 생각이다.

시 역시 자문위 의견이 긍정적인 데다 공사를 무한정 중단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공법 변경을 승인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지반 침하를 우려하는 주민을 고려해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공사를 중단하는 등 조건을 달아 공사 재개를 허용할 방침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