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가족이 창원 중동 유니시티로 이사를 했다. 1억 넘게 대출해 전세로 2년을 살게 됐단다. 118.62㎡(36평)에 이것저것 채워 넣는다고 신용 대출을 추가로 받는 건 씁쓸해했지만, 이 아파트로 이사한 이유는 명확했다. "새 아파트에서 남부럽지 않게 한번 살아보고 싶었"고, "아이들 교육 환경" 때문이라고 했다. 대단지라 국공립어린이집·초·중·고등학교(현재 중·고등학교 설립은 미정)가 단지 내에 들어서는 것 말고도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그 집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신학기를 앞두고 지난 1월 중동 유니시티에 입주한 두 가족도 상황과 이유는 비슷하다. 어디에 사는지가 보이지 않는 능력이자 계급이 돼 버린 시대에 호화로운 집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들이다.

<서울신문>이 지난 1월 공동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1000명 중 57.1%는 처음 만났거나 친분이 깊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 사람이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고, 경남권은 47.8%로 나왔다. 10명 중 6명(62.6%)은 상대방이 사는 지역을 들었을 때 사회·경제적 능력을 가늠한 적이 있다고 하니 '어디 사세요'는 단순히 묻고 답할 질문이 아니게 됐다.

이런 거주 자부심은 그들만 똘똘 뭉치는 특이한 성질이 있다. 지난 22일 세종시교육청 학군 조정 의견수렴 과정에서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임대아파트가 포함된 학군으로 분류돼 아파트 이미지 저하가 우려된다"는 유인물을 게시해 논란이 됐다. 다행히 아파트 주민들은 "아이들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반발했고, 입주자 대표 회장은 사과문을 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주민 반발로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아파트 주민도 은연중 우월감을 드러낸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사는 곳이 명함이 됐다. 택시기사 아니라면 어디 사느냐 묻는 게 실례가 되는 날이 곧 오겠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