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버이날을 맞아 딸아이에게서 조금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선물은 자녀가 아빠에게 궁금한 200가지 질문에 대해 아빠가 직접 답을 적어보는 <대디북>이라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숙제 같은 느낌이었지만 질문 하나하나에 답을 달면서 옛 추억을 더듬는 재미가 솔찮았다.

그러다가도 '아빠는 어른이 되면 어떻게 살고 싶었나요?'라든가 '아빠는 퇴직을 하시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에서는 앞으로의 삶에 대해 진지해지기도 했다. 이런저런 질문 중 가장 막막했던 건 107번 질문이었다.

'부모님께 드린 선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었는데, 딱히 부모님을 위해 뭘 해드린 게 없어 처음에는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그래도 딸아이가 볼 텐데 싶어 고민 고민하다 적은 것이 '주택연금'이었다.

지난 2015년 혼자 계신 어머니를 위해 형제들과 의논해 주택연금을 받게 해드렸다.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혼자 우리 삼 남매를 키우신다고 정작 본인의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하신 것이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주택연금을 권해드렸을 때, 어머니께서는 한사코 반대하셨다. 재산이라고는 살고 있는 아파트가 전부인데, 주택연금을 받으면 자식들에게 남길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 상담이라도 한번 받으러 가자고 겨우 설득해 주택금융공사를 찾아갔던 날, 상담사 말 한마디에 결국 연금 신청을 하셨다.

"요즘 같은 시대에 자식들이 먼저 나서서 부모님 노후를 챙겨주는 경우가 잘 없다. 어머님이 주택연금을 받으면 주변에서 자식들을 모두 효자 효녀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주택연금을 받기 시작한 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요즘 어머니는 본인 앞으로 나오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그리고 주택연금을 합치면 부자라고 하시면서 손주들 용돈 챙겨주시는 재미로 사신다.

이제 필자도 몇 해만 지나면 주택연금을 신청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 작년까지는 부부 중 한 명이라도 만 60세가 넘어야 신청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만 55세로 가입연령이 낮춰졌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주택연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해 노후대책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있으면 연금 신청을 못 한다고 생각해 미리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주택연금 상품 중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을 이용하면 된다.

연금 일부를 일시 인출해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잔여분으로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면서 연금도 받을 수 있는 유용한 상품이다. 그리고 주택가격이 1억 5000만 원 미만이고 부부 중 한 명이 기초연금 수급자였으면 일반 주택연금 대비 월 지급액을 최대 20% 더 받을 수 있는 '우대형 주택연금'도 있어 저소득층일수록 실질적인 노후보장 방안이 될 수 있다.다시 돌아와 <대디북>의 끝에 나오는 질문 하나를 소개하고 마치고자 한다. 197번 '아빠와 엄마의 노후계획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주택연금'이라고 쓰고, 옆에 '지금 사는 집은 엄마, 아빠 노후생활비 용도로 쓸 거니까 탐내지 말기!'라고 적으면서 숙제 같았던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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