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극단 현장 단체부문 대상
소재·장르 다양해 볼거리 풍부
창작 희곡 완성도 부족 지적도

제38회 경상남도연극제가 23일 오후 7시 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폐막 및 시상식을 끝으로 10일간 여정을 모두 마쳤다. 원래는 3월 6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석 달이나 연기된 끝에 치러진 행사였다.

◇오랜만에 속이 후련했던 공연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관객을 만나지 못해 속이 상했던 도내 극단들로서는 오랜만에 속이 후련하게 공연을 했다. 고능석 경남연극협회장이 폐회사를 통해 "무엇보다 공연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통영시로서도 이번 경남연극제 개최는 나름으로 큰 모험이었다. 그동안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는데, 여기에 오점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통영국제음악제도 취소한 마당에 경남 각지에서 극단 단원들과 관객이 모이는 행사를 진행하기가 엄청나게 조심스러웠을 테다.

하지만, 관객 없이 치르는 연극제가 얼마나 맥이 빠지는 일인지 아는 경남연극협회로서는 최소한의 관객을 받으며 행사를 진행하려고 애썼다. 물론 연극제 기간 내내 체온을 재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등 기본적인 방역은 당연한 일이었다. 행사가 무사히 끝나 통영시로서는 한시름을 덜었다.

강석주 통영시장을 대신해 인사말에 나선 고영호 통영시 문화관광경제국장은 "올해 통영시로서는 처음으로 치른 큰 행사가 잘 마무리돼 기쁘다"며 "경남연극제를 계기로 다른 행사도 치러낼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진주 극단 현장의 귀환

올해 경남연극제는 한마디로 '진주 극단 현장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다. 도내 최고 극단 중 하나로 경남연극제에서 자주 대상을 받고, 대한민국연극제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은 마치 숨을 고르는 기간처럼 소소한 성과에 그쳤다.

이번 연극제에 극단 현장은 <길 위에서>로 참가해 대상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최동석 배우가 연기대상을, 고능석 연출이 연출상을 받는 등 개인상에서도 쾌거를 이뤘다.

이 외에 단체 금상은 함안 극단 아시랑과 통영 극단 벅수골이, 은상은 김해 극단 이루마, 거제 극단 예도, 사천 극단 장자번덕이 받았다.

개인상에서는 연륜 있는 선배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구체적으로 최동석 배우를 포함해 극단 벅수골 박승규 배우가 연기대상을 받았다. 또 극단 장자번덕 정으뜸 배우, 극단 미소 손미나 배우, 극단 예도 이삼우 배우, 극단 아시랑 김수현 배우가 우수연기상을 차지했다.

▲ 제38회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극단 현장 <길 위에서> 한 장면. 최동석(가운데) 배우가 열연하고 있다. 그도 이 작품으로 이번 연극제 연기대상을 받았다.    /경남연극제
▲ 제38회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극단 현장 <길 위에서> 한 장면. 최동석(가운데) 배우가 열연하고 있다. 그도 이 작품으로 이번 연극제 연기대상을 받았다. /경남연극제

무대예술상은 극단 장자번덕 김주경 무대감독에게 돌아갔고, 희곡상은 극단 예도 이선경 작가가 받았다.

이번 연극제에서 통영시민으로 구성된 관객 심사단 13명도 심사를 했는데, 이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으로 사천 극단 장자번덕의 <왕, 탈을 쓰다>가 선정됐다.

경남연극협회는 이번 연극제에서 처음 나무로 만든 트로피를 선보였다. 연극인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창작 희곡 개발하고 젊은 배우 육성해야

이번 연극제는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다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를 맡은 윤우영 연출가(심사위원장·한국연출가협회 이사장), 김수미 극작가, 이정만 연극평론가는 총평을 통해 "소재로는 연극제 단골 소재인 가정 문제, 역사, 청년 취업까지, 장르에서는 사극에서 블랙 코미디까지, 형식에서는 전통연희에서 뮤지컬, 신체 움직임을 강조한 것까지 볼거리가 많았다"고 밝혔다.

반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경남 연극이 이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한마디로 작품 완성도가 아쉬웠다. 심사위원들은 우선 완성도가 떨어진 희곡과 관객이 이해하기 힘든 지나치게 상징적인 무대장치와 뜬금없는 장면 삽입 등 작위적인 연출을 지적했다. 또, 무대 동선의 어색함과 대사 전달이 부족한 점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남 극단들이 창작극 개발과 함께 젊은 배우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내년 대한민국연극제 경남 유치?

올해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극단 현장 <길 위에서>는 오는 8월 29일부터 세종시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에 경남 대표로 참가한다.

내년 제39회 경남연극제는 거제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내년 대한민국연극제는 밀양에서 열릴지도 모르겠다. 폐막식에 참석한 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과 협회 임원들은 24일 밀양을 찾아 대한민국연극제 장소로 적합한지를 두고 실사를 벌였다. 최종 결정은 29일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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