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마산YMCA 주최로 열린 '창원 지하련주택 보존' 관련 토론회에서 그동안의 답답한 대립을 넘어서는 새로운 분기점이 마련되었다. 지하련주택을 이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상징성과 의미를 담고 있는 현 위치에 그대로 보존하는 방안도 실현 가능해 보인다.

근대건축물을 문화유산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끊이지 않게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근대건축물 자체가 개인 소유물로만 취급되다 보니 시민단체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더라도 보존되지 못하고 사라진 사례가 빈번하였다. 창원만 하더라도 삼광청주, 쌍용시멘트 사일로, 벧엘교회 등이 역사의 망각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근대문화유산인 건축물의 경우 개발과 보존이라는 대결 구도에서 첨예한 갈등을 겪었는데, 지역사회는 제대로 대응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면서 깊은 생채기만 겪어 왔다.

과거와 달리 이젠 시민들이 펀드를 조성하여 보존 가치가 높은 자산을 사들였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부가 다시 사들여 보존하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과 같은 방식도 제안된다. 이렇게 근대문화유산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서서히 바뀌면서 과거와 같은 막무가내 개발 논리는 힘을 잃고 있다.

지하련주택의 현지 보존 가능성이 커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상남산호재개발조합 측의 입장 변화이다. 먼저 조합 측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지만 본격적인 재개발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입장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하련주택 보존 여론이 지역사회에 본격적으로 형성되면 경관·교통·건축·환경·도시계획 등과 관련한 각종 심의뿐만 아니라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것 자체가 늦어질 수 있는 분위기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재개발사업이 좌초하는 것보다 사회적 합의점을 도출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지하련주택 보존은 근대문화유산도 지키면서 재개발도 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도시재개발에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는 모양새는 지역사회 발전에 더욱더 의미가 있다. 미래 사회의 나아진 모습도 결국 우리가 뭔가를 만들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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