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냈던 우화집 복간본 성경 소재지만 편하게 읽혀

천주교 마산교구 진교성당(하동) 백남해 요한보스코 신부가 2009년 냈던 우화집 <부스러기 성경 이야기> 복간본이 나왔다. 성경이 소재지만, 신앙을 요구하는 내용은 아니다.

"어떤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마시고, 화장실 변기 뚜껑에 올려놓으시고 심심할 때 그냥 편하게 읽으십시오." (머리말 중에서)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책은 아니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누군가에게는 안식이 될지도 모를 내용이다.

"희망은 이미 당신 가슴 속에 심어 놓았습니다. 유다는 한 번의 배신에 괴로워하며 죄책감에 목을 매는 것으로 자신의 어리석은 삶을 끝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세 번이나 주님을 부인하였지만, 절망과 나락의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함께 불리었지만 마지막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입니다. 희망은 씨앗입니다. 잘 가꾸십시오." ('황금닭' 중에서 204쪽)

백 신부가 한창 사회 운동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 쓴 글이다. 아마도 사회와 인간에 대한 그의 진지한 고민이 깊숙이 담겨 있을 테다. 무엇보다 성직자로서 정체성을 끝내 잃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먹보요 술꾼이요, 골수 운동권이요, 남해어묵과 한방생리대 장사꾼이요, 아마추어 동화작가요, 신인 소설가요. 그러나 백남해는 역시 사제가 먼저였다. (중략) 신부님이 많은 켄터키치킨으로 체중을 늘렸다 해도, 그의 영혼을 살찌우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었고 말씀으로 깨어있었다. 말씀을 씹고 씹어 말씀 부스러기 한 조각조차도 소중하게 품고 새기고 새겨 소설을 엮어 내듯이, 말씀으로 이 세상에 기적을 이루고자 한다." (황광지 수필가 서평 중에서)

이걸 읽고 나니 책 제목이 왜 부스러기 성경 이야기인지 알 듯하다.

불휘미디어 펴냄. 220쪽. 1만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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