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는 언론이 기사 제목에서 가장 많이 붙이는 수식어 중 하나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담합, 다단계, 금융사기, 채용비리, 사학비리, 국기문란, 재앙, 소송전, 금융·정치 스캔들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꾼'은 진화 중이다. 장영자로 시작해 주수도·조희팔로 이어진다. 물론 적지만 긍정적인 일에도 쓰인다. 영업이익, 풍작, 호황기, 국제행사, 블랙프라이데이에는 할인폭까지. 올해 들어 코로나19 이후에는 치솟는 소고기 값에도, 정부의 3차 추경예산에도 붙었다. 가짜 영광굴비 사건에도, 심지어 미남·미녀를 말할 때도 붙었으니 더 뭐라 할까. 단군을 받들어 개천절이 있는 대한민국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 과장된 수식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사는 재개발·재건축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지역, 용산구 한남3구역 사업' 기사는 최근 경제뉴스를 도배했다. 서울에서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할 때마다 기사 제목 앞에 붙는다. 이번 한남3구역은 사업비가 7조 원이 넘기 때문에 역대 최대이긴 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수도권이 비상인 지금은 왠지 씁쓸하다. 지난 휴일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를 선정하려고 총회를 열었다. 감염 우려 때문에 방역당국이 경고했는데도 강행했다. 구청의 집합 금지명령과 과태료 폭탄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2700여 명이 모였다. 만약 확진자가 나오면 당국은 방역·비용에 대해서 조합에 구상권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재개발 이익에 비하면 그 정도 돈은 '껌 값'이라 생각했을까.

상황이 이런데도 언론은 '단군 이래 최대'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미화 중이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아니라 기자가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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