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여러 가지겠지만, 유아교육 35년째인 지금 유치원 교실의 변화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3~4세 어린아이들이 식사 때 외는 거의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답답한 마스크를 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마음 아프기도 하다. 마스크 하나가 교실 분위기를 이처럼 180도 바꿔놓을 줄이야.

대화의 절반은 언어지만 나머지 절반은 표정이다. 그런데 아이도 교사도 표정을 읽을 수 없으니 반은 침묵인 셈이다.

매일 마스크 재고와 약품 재고를 점검하고 틈나는 대로 문고리·책장·컴퓨터 등을 소독하는 것이 처음에는 귀찮고 번거로웠지만, 습관이 되고 나니 그냥 일상이 되었다. 어린 꼬맹이들이 종일 마스크를 쓰고도 짜증 내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제 우리도 이런 것에 스스로 적응하는 듯해서 생소하기까지 하다.

초기에는 뛰어가다 마스크를 흘리면 다시 쓸 생각을 않고 놀던 아이들도 교사들의 지도가 이어지자 이제는 당연히 다시 써야 하는 것이 체질화되어가고 있다. 긴급 돌봄을 하는데 스스로 친구와 떨어져 앉고, 손 소독제를 달라고 고사리손을 내미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눈물 나기도 한다.

이즈음 두 가지 뉴스가 눈에 띄었다. '코로나19의 역설'이라는 제목의 기사 중 하나는 코로나바이러스 덕(?)에 급성호흡기감염병,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것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눈병이나 수두 같은 전염병은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이 생활화하면서 전염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지구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늘과 대기가 맑아지고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급증으로 지구온난화를 만들고 그로 인한 폭염, 미세플라스틱이 점령한 바다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오만이 지구에 저지른 짓은 열거하기 힘들지만 그것을 체감하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것이 다양한 오염원을 만들고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양산해서 인간을 역습하는 지금이 바로 인간의 오만을 깨달을 때가 아닐까.

아이들이 귀찮아하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하듯 우리가 자연에 겸허해지기를 습관화한다면 지구는 조금은 더 평화로운 곳이 되리라는 것을 꼬맹이들의 마스크에서 나는 터득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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