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억압·코로나…고통 오죽하겠나만
형제간의 진정 믿고 잡은 손 놓지 마세

그 집,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굉음과 함께 주저앉는 광경이 거듭 비춰지고 '폭파'라는 굵은 고딕의 서체가 함부로 날아다닌 지 며칠이 지나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아. 때론 다소 과한 당신네의 주장도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주의자인 내 눈살조차 찌푸려지게 했어. 이거야말로 과도한 짓이여. 그 집은 '공동연락사무소'라 이름 붙였지만, 양 정상이 만난 열매로써 남북이 더욱 긴밀히 무릎을 맞대보자는 의미로 상량한 물레방앗간 같은 곳이라. 사정이 어떻건 그걸 박살 낸 것은 함께 부둥켜 살기를 열망하는 우리네 같은 이들 마음을 크게 다친 몹쓸 짓이었어.

글치만 이해해. 지금 방방 뛰며 폭파 사유를 외대지만 기실 그깟 삐라 따위가 무슨 문제겠어. 'UN 제재'란 것도 더럽게 버거운데 코로나까지 겹쳤으니 그 고초가 오죽하겠냐고. 말이 UN 제재지 실제로는 미국이란 큰형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고 거슬리는 짓을 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소국에 일방으로 내리는 가혹한 학대고 징계지. 예전엔 민족적 자존심 운운하고 껌깨나 씹으며 제 나냥대로 덤비는 하룻강아지 지도자는 테러나 암살로 일 같잖게 제거했지 않나. 더 견고한 골칫덩이는 품이 들더라도 반군을 육성 지원하여 통째로 물갈이를 했지. 빅 브러더의 세계경영에 턱을 치켜드는 무엄한 치들은 그리 정리해 온 것이 죄다 드러나지 않았나. 시방은 사방의 이목이 신경 쓰여 UN이란 간판 아래 깃발 꽂고 우르르 가죽 의자에 앉아 절차를 갖춰 이지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이들 보기에 번듯해졌을 뿐이지.

그런 냉엄한 약육강식의 국제 질서 와중에도 순치되길 거부하고 깡으로 버티는 소악패가 쿠바·리비아·이란 정도였는데 그 총 중에 뼈 돋친 꼴통이 당신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한 줌도 안 되던 패전국이 살아남아 성능 불상의 두어 기 핵을 들고 해보자고 덤비는 것이 브러더로선 가소롭지만 어르고 달래고 해보는데 악착같기가 핏불테리어 못잖으니 불감당의 난적일 수밖에.

그 어느 국가도 허락 없이 노스 코리아완 놀지 말 것이며 그 금칙을 어기면 재미없을 것이란 공갈과 함께 내려진 조치의 강도가 더해가는 것에 비례해 더욱 피폐해지는 것이 보기에도 역연했어. 2017년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내려진 아홉 번째 제재는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옥죄던 무자비한 무릎이었을 것임이 예서도 느껴졌어. 기름 공급이 끊기고 주요 외화벌이 창구로 꼽던 해외파견 일꾼들이 송환 조치당하고 산업기계, 운송수단, 철강 등 금속류의 수입이 차단되고 내다 팔던 천연자원, 농수축산물, 임가공업 등이 봉쇄당했으니 그 고통이 오죽했겠나.

재작년 당신네 위원장이 남북의 전향적 관계 맺기를 선포하며 마침내 양 정상이 함께 백두산에 올라 미래를 말했을 때 받은 엄청난 감동과 희망에 남북이 따로 있었겠나. 철로를 잇고 금강산을 함께 오르고 개성공단을 다시 열자는 합의가 우린들 왜 간절하지 않겠나. 분단된 70년 통한의 역사를 겪어오고도 아직 우리를 동강 낸 외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 분할 뿐이야.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 2년 나눴던 서로의 진정을 믿고 우리가 잡은 손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 환난 속에서 다져온 우리의 힘이 결코 만만하지 않고 그걸 합치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란 전망을 믿고 싶어. 삐라를 되받아 더러운 기분을 느껴보라거나 철거했던 휴전선의 대남확성기를 다시 복원하겠다느니 해서라도 화풀일 해야지. 다만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이제 70년 헤어져 산 형제임을 잊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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