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하더라도 제재 방법 없어
개정안은 현장조사 강화 초점
사례 관리 '구멍'재학대 위험

올해 정부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바뀌는 가운데 현장조사뿐 아니라 이후 관리에도 강제성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학대 발생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담긴 내용을 법제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10월부터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크게 바뀐다.

개정안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 전담공무원이 현장조사를 이끌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후 아동학대 사례관리에 집중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전문기관이 도맡았던 일들이다. 현장조사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 강제성도 부여했다.

그동안 민간기관에 위탁해왔던 아동학대 대응책임 일부를 공적 영역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개정안 의미는 적지 않다. 공무원과 전문기관이 각각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늘어나는 아동학대 신고로 업무량이 과중했던 전문기관 상담원들도 부담을 던다. 

한계도 남았다. 현장조사와 달리 사례관리 과정에 강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혜정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지만 지금도 현장조사 때는 경찰이 동행한다"며 "오히려 사례관리 쪽에 강제성이 더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가해행위자가 전문기관 직원의 교육, 상담을 거부해도 어떤 제재도 없다는 것이다.

사례관리는 현장조사에서 피해아동을 원가정에 남겨둘 건지, 분리할 건지 결정한 뒤의 단계다. 어떻게 조치되든 전문기관은 사례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피해아동에게는 심리치료를, 가해행위자에게는 교육·상담을 한다. 특히 원가정보호조치 이후에는 해당 가정을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가해행위자가 거부하면 상담원들이 억지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현장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상담원들이 가정에 전화하거나 방문했을 때, 가해행위자가 응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욕설을 내뱉는 경우도 많다. 심하면 기관에 와서 난동을 피우기도 한다고 했다.

이관진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 차장은 "실제 사건사고는 대부분 현장조사 단계 이후에 터진다"며 "사례관리 부분에 전혀 강제성을 두지 않고 재학대를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아동학대 사례 2만 4604건 중 재학대 비율은 10.3%(2195건)에 이른다. 재학대 비율은 2016년 8.5%, 2017년 9.7%, 2018년 10.3%로 계속 오르고 있다.

전종대 김해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사례관리가 원활히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재학대가 점점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영 경남도 여성정책과장은 "이번 개정안은 사례관리 과정에 강제성이 부족한 부분을 풀지 못했지만 모든 걸 한꺼번에 고치기는 어렵다"며 "하나씩 바꿔나가는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