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 마산 앞바다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산복도로 기슭에 자리한 초등학교에 다녔다. 당시 초등학생들 재밋거리 하나를 꼽자면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인데, 그중 한 곡이 이은상이 쓴 '가고파'이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라는 첫 소절 가사를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똥물이 되었네'라고 부르며 킥킥거렸던 기억이 난다. 가포나 덕동, 돝섬으로 소풍을 다니던 그 시절 마산 앞바다는 늘 검은빛이었고 악취도 풍겼다. '콜라빛 나는 바닷물이 흘러 흐르고'라는 가사가 불편한 팬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슬그머니 사라진 NC다이노스 응원가 'Come on Come on 마산스트리트여' 가사는 적어도 내가 어릴 때 보았던 마산 앞바다를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지난해 10월 창원시는 사업비 7260억 원을 들여 2023년까지 실제로 수영할 수 있는 마산만을 만드는 '수영하는 海(해)맑은 마산만 부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8일 환경오염으로 사라졌던 해양보호생물 잘피가 마산만에서 발견됐다. 지난 17일에는 허성무 창원시장이 마산만 수질이 개선되고 있음을 증명하고자 돝섬 해상유원지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렇다고 '똥물' 의심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직접 확인하고 싶어 방수 카메라를 바닷속으로 들이밀었다. 웬걸, 내가 알던 마산 앞바다가 아니었다. 적잖이 맑고 투명했다. 날씨가 조금 더 더웠다면 촬영을 핑계로 바닷물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였다.

40년 켜켜이 쌓인 '똥물' 이미지가 쉽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마산만 수영대회가 열린다면 한 번 참가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내 체력이 받쳐줄 때 얼른 마산만이 '물 좋은' 수식어를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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