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넘치는 유동성 공급은 수렁에 빠진 글로벌 증시를 구원하는 데 일조했다. 수급이 재료에 앞선다는 증시 격언이 다시금 증명된 셈이다.

실물경제에서 다양한 소음이 불거졌지만, 중앙은행발 유동성 공급이 여타 변수를 확실하게 압도했기 때문이다. 다만 유동성 공급이 무한정 이뤄질 수 없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단기자금 시장의 안정화를 근거로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공급 금리를 소폭이나마 인상했고, 양적 완화의 집행도 시나브로 줄여가는 상황이다. 물론 여전히 과거 대비 적지 않은 규모로 현 유동성 공급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방향성보다 모멘텀(momentum·성장 동력)에 민감한 증시 특성을 고려해보면 마찰 과정은 필수 불가결할 것이다.

기저효과를 고려해야겠지만 최근 발표되는 일련의 경제 지표들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월초 발표된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부터 소매판매와 지역 연준의 제조업 지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지표가 기대치를 지속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경제 전망이 난무하는 시기인 만큼, 유의미한 실물지표의 개선은 증시에 적절한 추동력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 전반의 이익 전망치도 하향 조정을 멈추고 반전을 시도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처럼 기업활동 정상화가 구체화될수록 지수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한층 경감될 수 있다. 유동성 장세 이후 실적 장세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코로나 2차 확산 우려와 산발적인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히 지수 전반에 부담 요인이 된다. 기업들의 실적 상향이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고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는 점도 인덱스의 추가 반등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결국 향후 시장 전개 방향은 넉넉한 유동성 영향으로 지수 하방은 제한되겠지만, 개별 기업의 실적 모멘텀에 따라 주가는 차별화될 것이고, 경제 불확실성이 아직 높은 까닭에 소수 기업에 수급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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