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친화적 급식식단표'에 관한 기사를 썼다. 도내 6∼9세 아동들이 글자로만 적힌 식단표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진·그림 등으로 사전에 알려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는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시기에 등교 수업을 할 때 이런 점까지 고려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아동·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까지 했다.

처음에는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해서 굳이 급식을 먹기 전에 사진까지 보여주는 수고로움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학교는 교육부, 경남도교육청의 지침 등에 따라 급식식단표를 홈페이지에 올리고는 있다. 조리가 완성된 사진은 급식 이후에 학부모들이나 아동들이 애를 쓰면(!) 볼 수는 있다. 매일 혹은 일정 시기마다 급식 사진을 올리기는 한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한 학부모는 "지금까지 급식식단표를 아동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러나 아동 입장에서 급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얼마나 우리가 불친절한지 알 수 있다. 모르는 단어투성이인 급식식단표를 보고, 어떤 음식인지 먹기 직전에 급식소 입구 등에서나 알 수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6∼9세 아동이 적은 숫자도 아니다. 올해 도내 유치원생이 4만 5000여 명, 초등학교 1학년이 2만 9000여 명, 초등학교 2학년이 3만 3000여 명이다. 도내에만 무려 10만 명이다.

지난 2018년 12월 한 교사는 초등학교 급식에서 학생이 어른용 수저가 아닌 아동용 수저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후 경남도교육청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게 제공하는 수저를 아동용으로 바꿀 것을 학교에 권했다.

아동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아동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는 노력은 우리가 얼마나 당사자의 인권을 생각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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