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들리 〈나의 한국식 아파트〉 주택 재개발 앞두고 갈등 그려
나비 〈쉬즈블루〉 알바 인생 청년과 주변 사람들
상상창꼬 〈있는듯 없는듯…〉 독박육아 지친 아내 그리고 남편

대본으로 보는 경남연극제, 이번에는 지금 이 시대 젊은이들의 현실을 담은 작품 중에서 골랐다.

◇"대출이자는 누가 내주나요?" = 14일 공연된 밀양 극단 메들리 <나의 한국식 아파트>. 공연 분위기는 '생활 밀착형 코믹 활극 서민극'이란 부제로 설명이 다 된다. 서민 아파트 재개발을 두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웃고 울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모 건설회사 재개발팀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30대 후반 피부염 과장이 주인공. 그가 자기 회사 이사와 나누는 대화에 아파트 재개발의 현실이 담겼다.

"피부염 : 저나 이사님이 사는 복지아파트는 소형 평수에 서민 아파틉니다. 평당 1000만 원을 쳐준다고 합시다. 우리 집이 21평이니까 2억 1000. 회사에서 35평 이상 중대형을 짓는다고 하니 제가 35평을 받는다고 합시다. 그러면 3억 5000. 3억 5000에서 2억 1000을 빼면 1억 4000이 모자라죠. 이 모자란 1억 4000 공사비는 누가 주죠? 회사에서 주나요? 아니면 이사님이 주실랍니까?

이사 : 내가 왜 줘, 니 집 공사비를. 대출받으면 되지.

피부염 : 좋아요, 대출받는다고 합시다. 대출 이자는 누가 주나요?"

▲ 밀양 극단 메들리 <나의 한국식 아파트>. /경남연극제
▲ 밀양 극단 메들리 <나의 한국식 아파트>. /경남연극제

◇"인생을 향해 계속해서 잽을 날릴 거예요" = 16일 공연한 창원 극단 나비 <쉬즈블루>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 하고 몇 년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만 하는 선주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미혼인 상태로 임신을 해버린 친구와 편의점 주인, 편의점으로 물품 배달을 오는 청년 병수 등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요즘 시대 젊은이들의 현실이 담겼다. 극 중 선주와 병수가 나눈 대화가 나름 위로를 준다.

"선주 : 나한테 그랬었죠? 인생은 한 방에 끝나는 게 아니라고요. 잽을 날리면 언젠가는 KO펀치가 나온다고.

병수 : ….

선주 : 난 계속 잽을 날릴 거예요. 지금까지 알바해서 학자금 갚느라 정신없이 살았지만, 이제 다 갚았으니까 이제부터는 알바해서 영어학원도 다니고 좋아하는 여행도 좀 다니고 운동도 열심히 할 거예요. 그리고 끌리는 사람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고백도 하고. 미래의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가 아니라 지금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한테요. 진짜 실패한 사람은요 지금 이 시간을 외면한 사람, 오지도 않은 미래에 모든 걸 건 사람이라고요. 정말 미래가 왔을 땐 소중한 젊음은 사라지고 없을 테니까요."

◇"정말 이럴 줄 몰랐는데, 당신 변했어!" = 18일 공연하는 마산 극단 상상창꼬 <있는듯 없는듯 로맨스>는 첫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한 부부가 서로에게 적응하는 과정이 담겼다. 연애 때는 몰랐던 버릇들, 예컨대 남편이 코를 심하게 골고, 옷가지도 그냥 바닥에 널브러뜨려 놓은 것 하나하나 때문에 신혼 때부터 자주 싸운다. 그러다 아기가 생기면서 부부갈등은 더 깊어진다. 부부라면 으레 겪을 법한 이야기들이어서 공감이 되는 작품이다. 다음은 출산 후 아기를 키우며 부부가 싸우는 장면이다.

"허니 : 이럴 줄 몰랐어. 뭐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

짱 : 제대로 된 게 왜 없어?

허니 : 자기는 몰라, 아무것도 몰라. 자기는, 결혼하고 내가 집안에 주저앉고, 임신하고 아기 낳는 동안 자기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잖아. 출근하고 집에 와서 피곤하다고 자고, 또 출근하고, 술 먹고 늦게 들어오고. 자기가 뭘 알아?

짱 : 왜 그래? 내 생활도 많이 달라졌어.

허니 : 자기는 우는 애 안고 밤샌 적도 없잖아.

짱 : 우리 똘똘이는 밤에 잘 자잖아.

허니 : 자긴 뭘 자? 새벽 3시에 깨서 꼭 3시간을 앙앙 울어대는데. 자긴 어떻게 그걸 모르고 계속 자?

짱 : 피곤하니까 그렇지.

허니 : 나는 안 피곤하니? 임신했을 때는 불편해서 잘 못 잤고, 낳고 나면 푹 잘 줄 알았는데. 낳고 나서는 밤낮없이 더 못 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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