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횡묵 군수 재임기간 쓴 일기
당시 백성 삶·행정·문화 생생
그 기록 토대로 한 탐방기 펴내

130년 전 고을 원님 일기 속에 담긴 함안 풍경,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함안총쇄록 답사기-조선시대 원님은 어떻게 다스렸을까>(김훤주 조현열 지음)는 '기록광'이었던 조선시대 선비가 쓴 <함안총쇄록>을 바탕으로 저자가 함안 곳곳을 탐방한 기록이다.

<함안총쇄록>은 1889년부터 1893년까지 함안군수로 재임한 오횡묵이 재임기간 쓴 일기다. 그는 가는 곳마다 '총쇄록'을 남겼는데 총(叢)은 '그러모으다', 쇄(鎖)는 '자질구레하다'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굵직굵직한 것은 물론이고 자질구레한 것까지 모두 그러모아 기록으로 남겼다.

오횡묵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정황에다 자신이 받은 느낌까지 섞어 수령의 하루하루를 남겼다. 그래서 조선시대 이야기이지만 고루하지가 않다. 특히 조선 말기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발랄하고 발칙한 이야기들이 많다.

▲ 조선 말기 함안군수 오횡묵이 좋아했던 함안 무진정. /경남도민일보DB
▲ 조선 말기 함안군수 오횡묵이 좋아했던 함안 무진정. /경남도민일보DB

예를 들어 조선 말기 함안군수와 관노가 파업을 한 기록 같은 것이다. 군수는 양반과 아전이 말을 듣지 않고 묵은 조세를 제대로 내지 않자 거처 문을 닫아걸었다. 관노는 조세를 규정대로 줄이자 자기네 콩고물이 없어진다며 일손을 놓았다. 그러나 파업의 결과는 극명하게 달랐다. 군수가 파업을 하면 양반과 아전들이 제발 나오시라 빌었지만 관노들은 그 대가로 단단히 혼이 났다.

130년 전 가뭄으로 기우제를 지낸 기록도 신기하고 재밌다. 마치 아메리카 인디언이 그런 것처럼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 계속됐다. 함안군수 오횡묵은 가뭄으로 논밭이 타들어가 자 이틀에 한 번, 한 달 동안 15차례 하늘에 빌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군수가 선물 받은 벌꿀과 딸기를 동헌에 있던 모든 아전, 사령, 손님은 물론 일반 백성과 죄인에게까지 고루 나눠줬다는 기록도 눈길을 끈다. 당시 딸기를 받은 죄인은 형틀에 묶여 볼기짝이 드러난 상태였지만, 기쁜 기색으로 이를 우물우물 삼키는 모습에 군수는 허리가 끊어지도록 웃었다고 적혀 있다.

이렇듯 19세기 말 함안의 모습을 세세하게 담아낸 <함안총쇄록>을 두고 이규석 함안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은 '역동적인 활동사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함안총쇄록 답사기>에서는 오횡묵의 기록에 적힌 장소를 일일이 다니며 130년 전 모습을 더듬어 나간다. 책에 나오는 함안 곳곳을 탐방하며 조선시대 원님의 풍류와 행적, 당시 백성의 삶을 떠올려 봐도 좋겠다.

도서출판 피플파워 펴냄. 300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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