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소비 줄이자는 지자체 잇단 선언
정부 에너지정책 혁신 없인 한계 명확

지방정부와 기초단체들이 최근 일제히 입을 모아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이상을 더이상 방치했다가는 미래는 말할 것도 없고 당장에 닥치고 있는 환경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경각심의 발로다. 지금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일상의 위기의식이지만 올해 들어 왜 이런 공감대가 확산하였을까. 아마도 코로나19 후폭풍일 것이다. 기후 위기라고는 하지만 그 취약성을 틈타 창궐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속성이라 치면 결과적으로 그것을 극복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분위기를 압도했을 것이다.

경남도가 읽은 선언문의 골자는 도민들에게 중요성을 알리고, 에너지 관련 예산을 확충하며 미래를 지키기 위한 실천력과 생활화의 함양이다. 마지막이 의미가 깊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자는 목표인바 주체는 당연히 중앙이다. 중앙 정부로 하여금 '탄소 중립 선언'을 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관과 민, 그리고 지방과 정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한반도 기후를 본래대로 복원하고 나아가 지구촌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창원시가 1년 동안 굴린 수소 버스 5대의 운행 백서는 압축천연가스 버스와 비교해 온실가스는 수백t, 배출가스는 수천㎏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산업화와 산성비, 유독 화학물질과 핵연료 등 온실가스가 점점 높아지는가 하면 오존층이 훼손됨으로써 빚어지는 불상사를 최소화하는 하나의 작은 대안으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경수 지사가 제창한 그린 뉴딜은 경제 및 코로나 위기를 포함한 연관 의제를 한 묶음으로 엮어 놓고 있으나 본령은 간단명료하다. 석유 소비를 줄여 탄소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재생 에너지 개발을 서두르는 한편 화석연료나 핵발전에 의존한 에너지 정책에 새로운 신기원을 불러들이는 계기를 접목하는 실천적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지방의 역할은 거기까지가 한계일 것이다. 중앙이 움직이지 않으면 선언은 용두사미로 남을 공산이 크다. 밑으로부터의 혁신으로 위를 압박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다.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블록의 '가이아 가설'은 지구상 모든 생명의 총 집합체가 항상성의 체질이라는 데서 환경문제 논리를 발전시킨다. 다시 말해 생체는 변화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일으켜 환경까지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기에 적응하기 어려운 극단적 상황이 닥친다면 스스로의 변화를 시도하기 이전에 생존능력은 상실되고 말 것이다. 고무줄이 당겨지고 찢어져 탄력을 잃는 바람에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와 같다고 할 만하다. 그런 모든 원인 행위가 인간에게 귀착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자연계가 일으킨 이변이 아니라 자연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그 어떤 존재, 즉 가이아의 기능이 멈춰 서버리는 것이다. 지금의 기후 위기 선언이 거기에 맥락이 닿아있음은 불문가지다. 러블록은 말한다. 가이아의 자기방어 수단 가운데 최상책이 인류의 멸망일지 모른다고.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