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지역을 떠올리면 '아주 매력적인 곳'이라는 말을 우선 내뱉는다. 합천군이다.

합천 하면 '해인사'가 따라붙는다. 이 지역 사람들은 "합천보다 해인사 지명도가 더 높다"라는 말을 곧잘 한다. 말투는 푸념인데 굳이 드러낼 필요 없는 자랑임을 모르지 않는다. '해인사 아닌 합천'도 입에 올릴 게 너무 많다.

지난 2016년 10월. 가을 풍경을 만끽하며 걷고 싶었다. 여러 후보지를 놓고 고민 끝에 찾은 곳은 '합천 소리길'이었다. 이곳은 계곡을 따라 조성됐다. 직접 걸어보니 이름대로 '여러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물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허세를 좀 떨어보자면 세월 가는 소리까지…. 그 느낌은 4년여 지난 지금도 남아있다.

합천은 스스로를 알릴 때 '水려한 합천'이라고 한다. 그럴 만하다. 소리길뿐만 아니라 황강·합천호·정양늪 같은 것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황강은 합천의 향수를 담고 있다. 황강은 몸집 얇은 뱀이 몸을 꼬불꼬불 비틀 듯하며 이 지역 백리를 가로지른다. 지금은 댐 영향으로 모래가 급격히 줄었지만, 옛 시절 '황강 은빛백사장'으로 유명했다.

합천은 인구 많던 시절 군지역임에도 영화관 2개를 두었다고 한다. 명소로 자리 잡은 합천영상테마파크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닌 것이다.

먹을거리가 빠질 수 있겠는가. 합천은 산 많은 지역이라 농사지을 땅은 부족했다고 한다. 여기 사람들이 그래서 눈 돌린 게 소 키우기였다. 자연환경도 맞아떨어졌다고 한다. '합천 한우'라는 말이 고유명사처럼 자연스러운 이유다.

합천호 주변 '호수의 요정', 겨울 특미 빙어도 침을 고이게 한다.

합천에 대한 오감 만족 상상을 즐기는 와중에 불쑥 끼어드는 무엇 하나. '전두환'이다. 합천에 대한 좋았던 기억이 희미해지려 한다. 이 지역이 그의 고향이라서가 아니다. 그의 호를 따 이름 붙인 '일해공원' 탓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