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것을 가지려하는 병 심각해
소비를 줄여야 갈등·환경오염 해결

코로나바이러스 현상이 이제는 비대면 사회 담론으로 옮겨 간 듯하다. 코로나 이후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가 라디오나 티브이 대담에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이것이 그대로 유튜브에 올려져서 사람들의 관심을 그쪽으로 이끈다. 산업과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교육·사회·건축·문화, 나아가 연애까지 달라질 풍속들을 다양하게 거론한다.

그 많은 담론에서 빠져 있는 게 있다. 가장 중요한데도 왜 빠져 있을까? 코로나바이러스의 근본 원인인데 말이다. 불안스러운 '접촉'만 피하고 다른 건 모두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서일까. 대면 방식만 비대면으로 바꾸면 되는 걸까. 나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보다 더 시급하고 근원적인 대응이 '어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지구상에 어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등장한 지 오래되었건만 그 치명률에 비해 위험에 대한 경고는 약하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개념이지만 '어플루엔자'는 풍요(affluent)와 유행성 독감(influenza)의 합성어다. 부자병이라고도 하고 소비중독증이라고도 한다. 그로 인한 부작용 모두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코로나 때문에 잠시 여론의 뒤안길로 비켜나 있지만 기후 위기 주범도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다. 논란이 계속되는 핵 발전소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갈등과 혈족 간의 끔찍한 사건들도 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환경오염, 미세 플라스틱, 미세먼지 등을 따져봐도 그렇다.

백신도 없는 이 바이러스의 전염성과 치명률을 계산해 본다면 매우 끔찍한 수치가 나올 것이다. 백신이 없을 뿐 아니라 백신을 개발할 생각조차 않는다. 이게 문제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확산하는 공약들이 난무했다. 소비를 줄이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다. 코로나 이후를 말하려면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언론에 등장해서 전문가 행세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진실을 모르거나 감추는 사람들이다.

가장 심각한 환자는 자기가 환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아니다. 광고가 권하는 것을 산다. 일 년에 한 번 신지 않고 입지 않는 신발과 옷을 쌓아 둔 채 또 산다. 그러고는 허겁지겁 돈벌이에 나선다. 이 말은 2009년도에 알마 출판사에서 펴낸 <어플루엔자(올리버 제임스 저)>에 나오는 내용이다.

현대인들의 과도한 스트레스는 모두 소비 병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개인의 스트레스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상처를 유발한다. 필요 소비가 아닌 과시적 소비. 자원은 탈진하고 산업은 설사를 한다. 그 결과는? 생태계가 무너짐으로 해서 기후 위기 증폭과 각종 괴질이 창궐한다.

얼마 전 탈핵 특강에 간 적이 있다. 지명도가 높은 그 강사는 차를 몰고 5시간을 달려왔다고 했다.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으로 수면 부족의 피로를 풀어야 했다고 하니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강사는 다른 지역 강의 일정이 바빠서 떠나갔고 우리끼리의 뒤풀이 자리에서 가벼운 논쟁이 일었다. 중형 승용차를 혼자 몰고 다닐 게 아니라 버스를 타고 와야 진정한 탈핵 강사 아니냐는 것이었다. 자가용 몰고 다니며 탈핵 강의 요청을 다 소화하려 말고 대중교통으로 감당할 만큼만 강의해도 되지 않겠느냐 등의 얘기들이었다.

탈핵을 넘어 탈에너지, 온라인 쇼핑을 넘어 탈소비 대책을 세울 때다. 사람들이 가진 관심을 물질과 소비에서 정신적·심미적·문화적·예술적 측면으로 돌리도록 사회를 재구성할 때다. 코로나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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