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적은 종목 환경 탓
겨루기 상대 찾기 힘들어
현실적 난관에도 포기 않고
여자 선수로서 새 길 개척

"<경남도민일보>에 제 기사 나오고 1년 뒤에 국가대표 꿈을 이뤘어요. (웃음)"

지난달 29일 김해 장유태극무술관에서 만난 김우정(21) 씨는 2년 8개월 전보다 더 단단해져 있었다.

그는 김해 한일여고 2학년 때 <경남도민일보>와 '청소년 드림스타' 인터뷰를 한 적 있었다. 지금은 영산대 양산캠퍼스 태권도학부 동양무예를 전공하는 학생이다. 인터뷰 당시 우슈를 계속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가족에게 꼭 국가대표가 돼서 보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가대표의 꿈은 이뤄졌다. 김 씨는 우슈 종목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그것도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고3, 지난해 대학교 1학년 때도 국가대표 선수로 뽑혔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이 8월로 미뤄졌다.

"2월에 국가대표 선수촌에 들어갔다가 일주일 만에 나왔어요. 보통 3월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8월로 연기됐어요. 학교도 비대면 수업을 하다가 최근부터 등교 수업을 해서 조심스럽게 운동을 시작하고 있어요."

▲ 2017년 9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우정 선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2017년 9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우정 선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한동안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서 힘들었다고 했다. 이제야 조금씩 단체 운동도 준비하고 있다. 그전에는 내내 집 근처 헬스장이나 고모부(제응만 대한우슈협회 상임심판)가 운영하는 장유태극무술관에서 홀로 연습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우슈를 본격적으로 배웠던 그는 10년이 지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흥미가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운동을 무척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달리기를 하는 학교 체육 시간을 제일 기다렸다. 학교에서 운동으로 시합 나가는 것도 다 하고 싶어했다. 그러다 고모부 체육관에서 우슈를 배우게 됐다. 투로, 산타를 다 배웠지만 겨루기를 하는 산타가 재미있어서 시작하게 됐다. 지금도 산타가 좋아서 계속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통 무술인 우슈는 투로, 산타 2부문으로 나뉜다. 투로는 장권·남권·태극권 등으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경기다. 산타는 같은 체급 선수끼리 겨루기를 해서 타격을 많이 하는 선수가 이기는 경기다.

그는 우승 기록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초·중·고 시절에 2009년 경남우슈협회장배 소년소녀무술대회에서 초등 2부 산타 25㎏급 1위를 시작으로, 2014년 전국학생우슈쿵푸선수권대회 여자중학부 44㎏ 1위, 2017년 대한체육회장배 전국우슈대회 여자고등부 52㎏ 1위 등을 기록했다. 2018, 2019년에는 52㎏급 우슈 여자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땀 흘리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지만, 타 종목보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아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겨루기를 함께 연습할 상대가 부족하다. 그래서 체육관 샌드백을 치면서 연습을 하거나, 남자 선수들과 겨루기 연습을 한다.

우슈의 길로 접어들게 한 제 상임심판도 선수층 확대를 위해 전국체전에 우슈 여자 종목도 포함돼야 한다고도 했다.

제 심판은 "우슈 여자 선수가 많지 않다. 그래서 스파링 상대를 찾기가 어렵다. 현재 전국체전 종목에 우슈 여자부가 없다. 체전에 여자부가 생기면 우슈를 하려는 선수가 더 많아지고, 저변이 확대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자 우슈 선수 대부분은 선수 활동을 이어가기가 어려워서 나이가 들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2017년 9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우정 선수가 김해 장유태극무술관에서 샌드백을 치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2017년 9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우정 선수가 김해 장유태극무술관에서 샌드백을 치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김 씨는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 각오를 다졌다.

그는 "시합하고 이겼을 때 기쁨이 크다. 주변에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생계 등을 이유로 그만두는 언니들이 많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한 저는 끝까지 해보고 싶다. 작년에도 본 고장인 중국에 가서 우슈를 더 익히고 왔다. 올해는 코로나로 국제대회가 다 없어졌지만, 계속해서 수련하면서 실력을 쌓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손으로 걸어서 상대를 넘기는 기술인 '등타 기술'을 더 열심히 익히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는 "처음 우슈 국가대표가 됐을 때를 떠올린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심판이 승부를 판정 지으면서 제 손을 들어줬을 때 눈물이 쏟아졌다. 그때를 생각하며 계속 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합 연습을 하느라 샌드백을 워낙 많이 쳐서 손가락 마디마다 흉터가 남아서 남들에게 손을 보여주는 것을 꺼린다는 그다. 하지만, 쉬는 날에는 집에서 가족 등에게 줄 과자를 만드는 게 취미일 정도로 섬세한 작업을 한다. 두 가지를 완벽하게 해내는 그는 여자 우슈 선수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도움 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99-5191-03(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지난 5월 14일 자 청소년 드림스타 29편 전지원 세종대 미래교육원 무용학전공 실용무용과정 학생에게 후원금 500만 원(전액 BNK경남은행 특별후원)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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