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확보·고용 차질 없게
선수금 환급보증 완화부터
수주 가이드라인 요구 방침
사측도 정부에 지원책 건의

경남도는 STX조선해양의 고용 안정을 위해 선수금 환급보증(이하 RG·Refund Guarantee) 발급 기준 완화, 수주 가이드라인 조속 확정, 제작금융 지원 등을 채권단인 산업은행, 관계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요구할 방침이다.

경남도 전략산업과 조선해양 담당자는 "산업은행은 기본적으로 자구계획안에 맞춰 STX조선해양 노사가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1~2년 정도 보릿고개를 이겨내면 조선업 호전으로 STX조선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가 이 지역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 번 더 지원해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도 동남권(경남·부산·울산) 1분기 조선업 생산이 9% 늘면서 2018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2018~2019년 기록한 수주 실적이 1~2년 시차를 두고 생산으로 연결된 것으로 파악된다.

수주의 경우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한다. 1분기 수주는 글로벌 발주 급감, 친환경 선박 발주 지연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1% 감소한 36만CGT(Compensated Gross Tonnage· 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그쳤다. 다행인 점은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지난 1일 카타르로부터 23조 6000억 원에 달하는 LNG선 발주 권리를 따냈다는 것이다.

조선 3사는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페트롤리엄(Qatar Petroleum)과 오는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정식 계약을 한다. 도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 중형조선사에도 수주 낭보가 전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9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9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문제는 올해 수주량이 줄어 오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일시적으로 일감이 부족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STX조선의 경우 올해 수주가 없는 가운데 수주 잔량이 7척밖에 안 돼 2021년 1분기까지 인도되면 독이 비어버리는 상황에 처한다. 도는 고용안정에 중점을 두고 STX조선이 일시적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산은·금융위 등에 △RG 발급 기준 완화 △수주 가이드라인 조속 확정 △제작금융 지원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RG(조선업체가 선박을 제 시기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때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 발급 기준 완화, 수주 가이드라인 조속 확정은 일감과 연관된다. 채권단인 산은은 지난해 STX조선에 수주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수주 목표로 11척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척을 만들어야 영업이익이 발생한다는 말인데, 11척을 넘어버리면 인건비 등 비용이 더 들어 영업익을 남길 수 없다고 본 것이다.

STX조선이 일감을 따내도 선가·영업익 등을 따진 산은이 RG를 발급하지 않으면 계약이 성사되지 못한다. 도는 노동자가 일을 할 수 있어도 일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게 RG 발급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수주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산은이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확정해 STX조선이 수주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작금융 지원도 요구한다. 인도 단계에서 대금의 60~80%를 지급받는 까닭에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보유 자금이 소진되고 있는 STX조선 처지에서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도는 산은·금융위에 제작금융 지원 등을 요구해 물량을 보고도 수주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STX조선 사측은 정부가 비전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정부가 중형조선사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어떻게 지원할지 등 큰 그림을 내놓아야 그에 맞춰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비전을 제시하지 않다보니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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