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에 가치 두는 공무원 구조 부숴야
권력이 아닌 시민을 보호하는 경찰로

지난 5월 25일 미국의 도시에서 한 경찰관이 무릎으로 용의자 목을 8분간 눌러 질식사시킨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경찰관 무릎 아래에서 목이 눌려 죽어가는 흑인 용의자의 비참한 모습은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했고, 미국 전역에서 강렬한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시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시민들은 시위를 통해 그런 무자비한 공권력을 비난하는데, 우리로서는 매우 이해가 어려운 현상이 발생 중이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 사망한 시민을 애도하고 스스로 반성하기 위해 경찰관서 또는 거리에서 엄숙한 모습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심지어 경찰이 시민들과 함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동참하며, 시위의 선두에 서서 그들을 보호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시위에 참여하는 경찰의 모습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으나, 연방 또는 주 정부에서 이를 제재하거나 비난하는 모습은 전혀 없다.

일제 강점기, 백범 김구 선생처럼 타국에서 조국 광복을 위해 스스로 경찰(경무국장)이 되고, 밀양 출신 김원봉 의열단장처럼 일제를 공격하고 임시정부를 보호하는 험한 길을 간 독립운동가도 있었다. 그러나 이 땅에 생존하는 국민은 노덕술과 같은 친일 악질 경찰들에 의해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광복 이후 그 친일 경찰들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기 위해 만든 반민특위를 해체해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했다.

시민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도 경찰의 시민을 향한 무차별 발포로 촉발되었다. 군사정권 시절 국민이 아닌 특정 권력을 지키기 위해 고문과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하여 결국 대학생 등의 목숨을 잃게 했으며, 서울 한복판에 경찰버스와 컨테이너로 산성을 쌓아 권력을 보호했다. 6·25전쟁에서 수많은 경찰관이 전사하고,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에서 안병하 전남도경 국장은 자신의 목숨을 걸며 시민을 보호했다.

대다수 경찰관은 묵묵히 시민 옆을 지키며 때로는 다치고 순직하고 있음에도 시민이 아닌 권력을 바라보는 일부 지휘관들에 의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내가 1990년대 중반 순경으로 경찰관을 시작할 때 처음 느낀 경찰조직은 그야말로 '군대'였다. 업무는 철저하게 계급 중심이며 상위 계급으로 올라가는 것은 시민과 조직을 위한 책임의 확대가 아닌 '출세와 군림'이었다. 업무와 관계없이 공부 열심히 하면 연초에 치러지는 승진시험에 합격하여 고속 승진할 수도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계급이 인격이다"라는 말도 있다. 지금도 상급자의 갑질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찰관이 발생하는 이유이다. 사람과 업무의 가치를 '계급과 급수'에 두는 후진국형 공무원 구조와 문화를 과감히 부숴야 국민이 행복하고 성숙한 사회가 된다.

경찰노조를 주장하면 많은 분이 "경찰이 파업하면 치안은 누가 책임지는가"라고 반문한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경찰의 파업은 인정되지 않는다. 현재 공무원노조법도 파업은 할 수 없음에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월호 유가족을 미행하고, 정치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위법한 지시는 거부될 것이고 권력이 아닌 시민을 보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찰도 급여 노동자이다.' 이를 부인하면 경찰과 시민의 거리는 멀어진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15년 노동절 기념식 발언을 되새겨 본다.

"만약에 제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한다면 저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입니다. 누군가 든든하게 제 뒤를 맡아주기를 바란다면 역시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