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속 '홍콩 독립'시위 호응
세계인 공감 얻어 더 나은 현실 된다면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이라는 닌텐도 게임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게임은 시작된다. 게임의 시간은 현실과 같다. 계절도 현실과 연동된다. 지금 북반구에 사는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면 게임 속 계절은 여름이다. 남반구에 사는 유저라면 겨울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게임 참여자는 무인도를 개척해나간다. 곤충을 채집하고, 물고기를 사냥한다.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재료를 수집하고, 그것으로 집도 만들고, 가구도 만들고, 정원도 꾸민다. 온라인을 통해 다른 섬의 주민들과 교류도 한다. 친구가 된 유저의 섬을 방문하기도 하고, 내가 꾸민 섬으로 친구를 초대해 뽐내기도 한다. 'DIY' 기능이 도입돼 게임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오브젝트를 디자인할 수 있다. 몬스터를 쳐부수고, 다른 유저들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며 경쟁하는 게임이 아니라,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며 다른 플레이어들과 교감하는 게임이다.

이런 귀엽고 아기자기한 게임이 반정부 시위의 장이 되었다. 지난해 6월 초부터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다.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진압으로 시위는 수그러들었다.

그러다 올해 4월 초, 홍콩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모동숲'에 모이기 시작했다. 게임에 모인 홍콩시민들은 '홍콩 독립'과 같은 시위 구호를 적어 집 앞에 걸어두고, 시위 도중 사망한 시민의 영정사진을 걸었다. '모동숲' 게임에 모인 사람들은 홍콩시민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다.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게임을 통해 홍콩시민들의 뜻이 전파됐다. 전부터 '모동숲'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홍콩민주화투쟁의 지지 의사를 보내는 심정으로 게임에 참여했다.

게임 안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염려하지 않아도 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 없는 세상이다. 중국 공안의 폭력적인 진압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귀여운 모습의 캐릭터들이었다. 비록 게임이지만, 잠시나마 낙원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낙원은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중국 당국이 '모동숲' 게임을 전면 차단해버린 것이다. 지금은 '모동숲' 게임 안에서 홍콩의 자유를 외치는 중국 플레이어를 만나는 건 어렵게 됐다.

인간의 존엄한 권리가 위협받는 곳은 홍콩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금 미국이 위태롭다. 민주주의가 처음 시작된 나라에서, 노예가 해방된 지 수백 년이 지난 21세기에 인종 차별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한 남자가 경찰에 살해를 당했다. 연일 수천 명씩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양심 있는 사람들도 그들의 분노에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시민들과 함께 시위에 동참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다시 '동물의 숲' 게임에 전 세계의 시민들이 모여야 할 때다. 게임에서는 바이러스가 없다. 최루탄을 쏘고, 내 목을 무릎으로 죽을 때까지 짓누를 살인 경찰도 없다. 캐릭터의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 받지도 않는다. 저마다 개성 있게 다양한 피부색으로 커스터마이징(꾸미기)한 캐릭터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닌다.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게임을 통해 좀 더 나은 현실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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