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부스 충돌 사고로 창원영업소 수납원 부상
"회사, 당사자 문제 취급" 노동환경 열악·대책 절실

"20분간 휴식하고 다시 일을 시작한 지 10분쯤 지났을 때였어요. 멀리서 커다란 화물차가 고속으로 달려왔어요. 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여태껏 봤던 차 중 가장 큰 것처럼 느껴졌어요."

"승용차 전용 하이패스 차로로 들어온 화물차는 제가 있던 요금소를 쳤어요. 곧이어 전쟁 영화처럼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고요."

환자복을 입고 한쪽 팔에 링거를 꽂은 강민지(가명) 씨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창원~부산 간 민자국도(지방도 1030호선) 창원영업소에서 요금소 수납원으로 일하는 강 씨가 사고를 당한 건 지난달 28일 오후 3시 50분께다. 이날 창원방면 승용차 전용 하이패스 차로(2차로)를 통과하던 화물차에 실은 짐이 옆 차로 요금소(일반 현금수납)에 부딪혔다.

충격으로 요금소 안에 있던 물건이 쏟아졌고, 외관은 뒤틀렸다. 그는 창원영업소가 폭발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부스가 차에 걸려 질질 끌려갈 것 같았어요. 에어컨 외에는 모두 다 떨어졌어요. 선반에 있던 컵이며 랜턴이며. 바닥에 뒀던 공기청정기도 넘어져 나뒹굴었고요. 사고가 난 차로는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적신호'로 시스템 신호를 바꾸고 나서 바로 실신했어요. 몸에 마비가 와서 움직일 수 없었어요."

▲ 50대 요금소 수납원은 지난달 28일 화물차에 실린 짐에 부딪혀 부스가 흔들리고 유리창이 깨진 사고로 입원 중이다. /이창언 기자
▲ 50대 요금소 수납원은 지난달 28일 화물차에 실린 짐에 부딪혀 부스가 흔들리고 유리창이 깨진 사고로 입원 중이다. /이창언 기자

그가 사고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화물차와 요금소 부스가 충돌하는 사고가 난 이후 6개월 만에 같은 사고가 반복됐어요. 대형 화물차가 요금소 부스와 40~50m 떨어진 속도 안내 표지판을 치는 일은 수시로 일어나고요."

창원영업소에는 그를 포함해 요금수납원 19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5~6명씩 3교대(오전 6시~오후 2시, 오후 2시~10시, 오후 10시~오전 6시)로 나눠 일한다. 그들은 늘 '오늘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요금소에 들어간다. 승용차 전용 하이패스 차로를 고속으로 지나가는 화물차, 미흡한 안전장치, 안전에 무관심한 원청과 운영 업체 행태가 누적된 결과다.

"화물차가 승용차 전용 하이패스 차로를 지나갈 때 자신도 모르게 반대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는 동료가 많아요. 화물차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진동과 소음에는 심장이 덜컥하고요. 불안감과 공포가 일상이 된 거죠."

사고는 오전 10시, 오후 3~4시께 가장 빈번하다. 출·퇴근 시간 대비 차량 통행량이 줄다 보니 속도를 높이는 차가 많기 때문이다. 화물차 전용차로 부스를 배정받거나 야간(일반 현금수납 차로 통행 제한)에 일하는 게 어떨 땐 감사하기까지 하다. 이때는 사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창원시 성산구 불모산터널 부근 창원요금소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창원시 성산구 불모산터널 부근 창원요금소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사고 직후 실신했던 그는 얼마 후 스스로 기어서 밖으로 나왔고, 부스 앞에 걸터앉아 고함치며 울었다. 하지만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반쯤 기어서 안전통로를 통해 지하로 내려간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이 감겼고 의식은 희미했다. 이후 병원에서 그는 경추염좌, 요추염좌 등 전치 3주 판정을 받았다.

"사고가 났으면 사람을 먼저 구하는 게 상식이잖아요. 하지만 회사는 '매뉴얼을 따랐고, 2차 사고를 예방했다', '오히려 사고 당사자 대처가 미흡했다'고 말하기만 했죠. 수납원 목숨이 파리 목숨은 아니잖아요."

현재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일반노동조합 창원녹산 민자국도 톨게이트지회는 창원~부산 간 민자국도에 화물차 전용 하이패스 차로 설치 외 통행제한 안전 바·화물차 유도선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 화물차 전용 하이패스는 내년이 돼야 예산을 확보해 진행할 예정이다.

수납원들은 계속 불안감에 떨어야 하는 처지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관련 법상 민자국도 내 화물차 하이패스 이용을 제재하거나 상시적인 단속 방안은 없다. CCTV 등으로 확인한다고 해도 이렇다 할 처벌규정조차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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