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P, 'OECD 지침' 위반 이의제기 수용…문제 해결 지원 결정

2017년 5월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와 관련해 다국적 기업 책임을 묻는 국제사회 심의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지원단,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등(이하 지원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노르웨이 연락사무소(NCP)가 이 사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 위반 이의 제기를 통과시켰다"고 3일 밝혔다. 이의 제기 통과는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시공·운영사 등과 시민사회단체가 공식적으로 만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됨을 뜻한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다국적기업이 국외활동 진출국에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행동규범이다. 1976년 제정한 이 가이드라인을 수락한 국가는 지침 이행을 위한 NCP를 설치하고 매년 OECD 이사회에 그 활동을 보고해야 한다.

지원단은 지난해 3월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한국 NCP에 진정서를 냈다. 마틴링게 프로젝트(2012년 삼성중공업이 프랑스 정유사 토탈로부터 수주한 해양플랜트)를 공동시공한 프랑스 테크닙(Technip)사와 운영사인 노르웨이 토탈 노르지(Total Norge)사와 프랑스 토탈(Total)사를 상대로는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NCP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유럽 소재 NCP들은 이 사안을 노르웨이 NCP에서 총괄해 판단하도록 했다.

지원단은 진정서에 삼성중공업 등이 크레인 충돌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고 충돌 예방을 위한 신호체계 개선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담았다. 크레인을 중첩하는 공법을 결정하고도 수시 위험성 평가를 시행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또 사고 이후 발주사 등이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보고서 공개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에 진정이 받아들여지면서 앞으로 노르웨이 NCP는 진정서에 담긴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 방지 대책, 노동자 트라우마 해소책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지원단-시공·운영사 만남 등을 주선한다.

지원단은 "여기서 주선이란 합의에 다다르는 것을 목표로, 진정의 문제 해결과 관련된 당사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노르웨이 NCP는 우선 진정에 대해 의논하고자 각 당사자에게 따로 만남을 제안한다. 만약 당사자들이 조정을 진행하기로 하면 NCP는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원단은 이어 "NCP가 제공하는 주선이 문제 해결로 이어지려면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시공·운영사가 진정성 있게 참여해야 한다. 특히 유럽 기업은 삼성중공업 필수 참여를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앞서 지난해 6월에는 한국 NCP가 삼성중공업에 대한 진정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직 삼성중공업과 만나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의 책임 있는 자세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나라에서는 NCP가 제공한 주선·조정 등을 통해 양 당사자가 상호 합의에 이른 사안도 있다. 주선·조정 과정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등의 사정이 생기면 NCP는 최종 성명을 발표한다.

더불어 이 성명서에는 피진정 기업의 가이드라인 위반을 판정하고 다국적기업에 권고하는 내용을 포함할 수도 있다. 이 권고는 사법적인 강제 절차는 아니나,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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